12월이면 연례행사처럼 신춘문예 발표를 기다립니다. 많은 해가 지나고 기대는 무뎌져 어느 순간부터 당선되었을 때의 기쁨을 상상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쓴 글들이 이만큼이고 언젠가 토양분이 될 거라 믿으며, 꾸준히 글을 써 나감에 만족하며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래서 당선 전화를 받고 실감이 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사실 당선 소감을 쓰고 있는 지금도 꿈만 같습니다.
펜을 다시 쥐고 꾸준히 글을 써 나갈 수 있었던 건, 먼 과거에 제 뿌리를 만들어 주었던 선생님들 그리고 현재의 저를 무럭무럭 자라나게 한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7년 한겨레 아동문학 작가교실을 수료하고 지금까지 남아 서로를 응원해 온 56기 인숙, 은주, 혜영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날카로운 지적과 사려 깊은 조언을 나누어 주지 않았다면 저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졸업 후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음에 부끄러워 연락드리지 못했던 이근미 교수님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동화를 써 보는 게 좋겠다는 조언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습니다. 흑석동 캠퍼스 어느 공간에서 지혜와 경험을 아낌없이 내어 주신 교수님들, 그리고 함께한 문우들. 긴 세월이 흘렀지만 그 시간은 제 뿌리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새로운 시작을 펼치게 해 준 동아일보와 노경실, 원종찬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계속 정진하여 아이들을 위한 글을 꾸준히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동화 작가가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응원해 준 가족들과, 당선 소식을 제 일처럼 기뻐해 준 소중한 길벗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늘 사랑합니다.
△1990년 경남 마산 출생 △중앙대 신문방송학부·연극학과 졸업, 고려대 평생교육전공 석사
아이들 마음만 따라가는 글쓰기 돋보여
● 심사평
원종찬 씨(왼쪽)와 노경실 씨.신춘문예 심사의 유익한 점 중 하나는 시절의 아픔과 즐거움의 근원을 알아차릴 수 있고, 때로는 시대의 흐름이나 색깔도 뚜렷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작품은 놀랍게도 고양이와 할머니, 할아버지, 다문화와 가정 붕괴 그리고 전설 따라 삼천리풍의 옛이야기가 확 줄어들었다. 그 대신 마음의 아픔을 헤쳐 나가는 모험 이야기(얼마 전까지는 물리적인 모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음)와 인공지능(AI)으로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혼란과 기대의 상반되는 이야기 그리고 관계와 소통에 대한 미숙함과 상처, 화해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이번에도 아쉬움과 안타까움 속에서 우선 3편을 뽑았다. ‘디어, 나의 배우님’은 전학 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가 어느 뮤지컬 배우의 노래를 통해 씩씩하게 문을 열고 나오는 이야기다. 문장의 노련미가 느껴진다. 단, 갈등의 해소가 너무 빠른 나머지 그 속도만큼 설득력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컸다. ‘내 친구는 빨간 맛 스파이’는 어린이들이 그 자리에서 후다닥 읽어 갈 정도로 재미와 반전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이에게 일어난 문제의 제공자이자 도움의 역할을 하는 부모와의 해결점이 미약하다 보니 작품의 진정성이 반감되고 말았다. 당선작 ‘날 좋아해 줘’는 이야기 자체로는 신선하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의 마음만 따라가는 작가의 욕심 없는 글쓰기. 그리고 빛을 통해 자기 추측, 자기 해석 안에 갇힌 마음과 관계를 성급하거나 조급함 없이 풀어 나가는 미덕이 있다. 그래서 지금은 부족하다 해도 앞으로의 저력을 높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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