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소리를 내주세요!” 스크린, 관객에 말을 건다

  • 동아일보

지평 넓히는 ‘인터랙티브 시네마’
관객 음성-반응에 따라 콘텐츠 전개
‘수동적 관람’ 극장 개념 바뀔 수도

관객 참여형 영화 ‘인터랙티브 신비아파트: 극장귀의 속삭임’이 상영되는 모습. 아리아 스튜디오 제공
관객 참여형 영화 ‘인터랙티브 신비아파트: 극장귀의 속삭임’이 상영되는 모습. 아리아 스튜디오 제공
‘반드시 큰 목소리를 내어 주세요.’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영화 상영 시작 전 특이한 문구가 스크린에 떴다. 이어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의 악령 극장귀가 나타나 “날 쫓아내고 싶으면 크게 소리를 지르라”고 했다. 관객석 여기저기서 “아아!” “너 정체가 뭐야?” “신비는 어디 있어” 등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제작사 아리아 스튜디오와 CJ ENM이 협업해 만든 인터랙티브 영화 ‘신비아파트: 극장귀의 속삭임’은 관객의 음성이나 반응에 따라 콘텐츠가 상이하게 전개되는 ‘인터랙티브 영화’다. 특이한 건 관객의 반응을 수집해 그중 다수 의견을 판별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실시간으로 영상을 만들어 영화로 보여주는 방식이란 점이다.

주연 캐릭터가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선택지를 제시하는 구조가 주를 이루지만, 관객의 요구에 따라 즉흥적으로 상황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날 현장에서 시연한 ‘버추얼 심포니: 더 퍼스트 노트’에서 상영 중 한 관객이 “노래 한 소절 부탁한다”고 요청하자, 버추얼 아이돌 문보나는 목을 풀더니 즉석에서 짧은 구절을 불렀다. 관객이 박수를 치면 화답 인사를 하고, “사진 찍자”고 제안하니 다양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CGV 측은 이번 시연을 시작으로 4DX관처럼 ‘인터랙티브관’ 도입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인터랙티브관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영화 관람 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일단 조용히 앉아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전통적인 극장의 개념이 바뀔 수 있다. 같은 영화라도 관객이 누구냐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을 경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이탈리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인터랙티브 영화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가 이머시브 부문에 초청됐을 당시, 상영이 끝나고 현장에선 관객들 간 집단 토론이 이뤄졌다고 한다.

아리아 스튜디오의 채수응 대표는 “연극에서 느꼈던 상호 작용의 에너지를 영화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한 공간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함께 선택하고 책임지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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