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고혈압 등 ‘대동맥 박리’ 원인
몸의 이상은 가볍게 넘기지 않고
건강에 안 좋은 습관 즉시 고쳐야
◇시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유성호 지음/304쪽·2만 원·위즈덤하우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매일 숱한 영양제를 쏟아붓고 이상한 걸 먹기 전에 이 책을 보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국내 최고의 법의학자가 27여 년간 3000여 건의 부검을 통해 본의 아니게(?) 알게 된, 질병과 사고로부터 죽음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비유가 다소 무서운 것 같지만, 수천 명의 범죄자를 본 교도관이 일상의 일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청소년들에게 “그렇게 살다가는 여기 와”라고 하는 것 같다.
“38세 여성 A 씨는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흡연 장소에서 담배를 한 대 피웠다. 더불어 야근이 잦아 야식을 주로 먹다 보니 입사 당시보다 15kg이나 살이 찐 상태였다. 하루는 동료와 흡연 장소로 이동하다가 전날부터 시작된 등의 통증을 호소했다. … 그 순간 그녀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갑자기 쓰러져 버렸다. … 부검대에 오른 그녀의 심장을 싸고 있는 심낭을 절개했을 때 심낭 내부에는 응고된 혈액이 가득 들어 있었다. 대동맥 내부가 찢어진 대동맥 박리 때문이었다.”(2장 ‘막히거나 터지는 혈관의 최후’에서)
저자는 대동맥이 딱딱해지면 심장이 강한 압력으로 혈액을 퍼뜨리려고 할 때 혈관이 부풀어 오르다 터져 버리는 ‘대동맥 박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대동맥을 딱딱하게 만드는 위험인자가 주로 흡연, 고혈압, 당뇨병 등이다. 혈관의 가장 큰 위협인 담배는 스스로 끊기 어렵다면 약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끊어야 하며, 내일 말고 오늘 바로 하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술, 변비, 가벼운 낙상과 복통, 주변 온도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무심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겨 버리는 것들이 어떻게 심장, 대장, 뇌, 간 등에 치명적으로 작용하는지 속된 말로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며’ 설명한다.
저자는 매번 부검대 앞에서 ‘이 사람을 생전에 만났다면…’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아주 작은 습관 하나를 고쳤거나 의사의 충고를 가볍게 듣지 않았다면 만나지 않았을 사람들을 부검대에서 만나는 게 안타깝기 때문이다. ‘제발 살아 있을 때 읽어 두세요’라는 저자의 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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