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공연 블랙핑크 최고 27.5만원
미리 입장 리허설 관람이 상승 견인
‘선예매’ 멤버십 가입땐 30만원 육박
“전체 가격만 올리고 만족도는 낮아”
27만5000원.
7월 5, 6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걸그룹 블랙핑크 월드투어 한국 공연의 티켓 중 가장 비싼 ‘블링크석’ 가격이다. ‘블랙석’은 24만2000원, ‘핑크석’과 ‘R석’은 20만9000원이었고, 가장 저렴한 B석도 13만2000원에 이른다.
다음 달 8∼11일 진행되는 티켓 선예매에 참여하기 위해선 팬 플랫폼에서 2만5000원 상당의 멤버십도 가입해야 한다. 안정적으로 티켓을 구해 가장 좋은 좌석인 블링크석에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선 거의 30만 원이 드는 것이다. 구체적인 좌석 배치도와 좌석별 혜택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가격이 비싼 좌석은 본공연 시작 전 리허설을 관람할 수 있는 ‘사운드 체크’와 굿즈 등이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티켓 예매 일정이 공개된 후 음악 팬들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오랜만에 돌아오는 블랙핑크 공연이 반갑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너무 비싸다”, “티켓값 30만 원 시대가 정말 오는 건가”라는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는 비단 블랙핑크 공연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명 K팝 아이돌의 콘서트 티켓 가격이 20만 원대가 된 지 오래다. 지난달 28, 2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월드투어를 연 지드래곤 콘서트의 경우 가장 비싼 티켓이 22만 원, 저렴한 좌석이 15만4000원이었다. KSPO돔에서 2월 28일∼3월 2일 열린 BTS 멤버 제이홉 콘서트의 최고가도 22만 원이었다.
공연예술전산통합망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음악 콘서트 티켓 평균가는 12만104원으로 2020년(8만3540원) 대비 43.8% 올랐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팬데믹 후 무대와 조명 등은 물론 인건비도 크게 올랐다”며 “그동안 억눌렸던 대면 공연 수요가 폭발한 데다 제작비 상승을 감안하면 콘서트 비용 상승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연 기획사 관계자도 “아이돌 콘서트는 스크린과 폭죽 등 각종 특수효과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특히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아이돌 콘서트 가격대가 20만 원대로 정착된 것은 ‘사운드 체크’ 관람 도입 이후로 보고 있다. 본공연 전 음향 점검 현장까지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은 일반석보다 20∼30%가량 비싸다. 2022년 BTS 콘서트에 처음 도입된 뒤 유명 아이돌 공연에서 보편화했고, 전체적인 티켓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음악 팬들은 비싼 가격에 비해 ‘돈값’을 못 한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공연 3, 4시간 전에 입장하지만 리허설을 볼 수 있는 시간은 20분 남짓인 데다, 한번 입장하면 퇴장하지 못하고 본공연 시작 전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유명 아이돌 그룹의 사운드 체크를 관람한 적이 있다는 윤모 씨(32)는 “기다린 시간에 비해 아티스트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짧았다”고 말했다.
오른 티켓값만큼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K팝 팬의 확대를 가로막을 수 있는 무리한 가격 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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