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몸’과 싸워야 하는 여자 선수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3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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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치고 잘 뛰네/로런 플레시먼 지음·이윤정 옮김/312쪽·1만6800원·글항아리

‘잘 먹어야 힘을 쓴다’는 말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체력, 골밀도가 실력과 직결되는 스포츠계에서 여성 선수들은 ‘잘 먹지’ 못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연구에 따르면 여자 대학 운동선수의 35%가 거식증의 위험에 처해 있다. 남자 선수의 비율(10%)을 3배 이상 뛰어넘는다. 이상적인 여성 체형과 효과적 경기 체중에 대한 이중 압박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의 책은 달리기 선수 출신인 저자가 27년간 스포츠계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썼다. 전미 선수권대회와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대회에서 각각 두 차례 우승을 거머쥔 여성 챔피언이다. “스포츠계는 여성의 생리적 경험을 평가절하하거나 잘못된 우선순위를 강조해 평생에 걸친 해를 끼친다”는 주장을 구체적 일화와 근거로 탄탄히 펼쳐낸다.

여성 선수로서 자기 신체와 끊임없이 불화했던 과거를 가감 없이 담아냈다. 저자는 사춘기 신체 변화가 시작되자 가슴이 커져 기록이 나빠지지 않도록 체중을 엄격히 통제했다. 하지만 중학교 댄스파티용 드레스를 고르러 가서는 “내 가슴이 남자처럼 납작하다고 놀리는 친구들”로 인해 자신의 몸을 부정하는 혼란을 겪는다.

구조의 불합리성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인용해 독자를 설득한다. 책은 “2016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여학생은 14세에 또래 남학생의 두 배에 달하는 비율로 스포츠를 그만두지만 이들을 위한 여성생리학 교육, 연구 및 지원은 거의 없다”고 비판한다. 이어 “오늘날 여성은 미국 운동선수의 40%를 차지하지만 그들에게 돌아가는 후원금은 전체 금액의 1% 미만”이라고 지적한다.

단지 여성 선수만을 위한 조언서가 아니다. “남성을 위해 만들어진 세상에서 성장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라는 저자의 설명처럼, ‘주류 집단이 가진 것을 얻는 방식’으로 세상의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 발버둥 치는 모든 이들을 격려한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스포츠#여성 선수#신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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