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온천여행, 패키지 말고 기차로 떠나보세요”[전승훈의 아트로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6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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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든 저녁 노을 바라보며 바닷가에서, 눈 덮인 깊은 산 속 계곡에서 노천 온천에 몸을 맡겨보세요. 구석구석 숨어 있는 일본 온천을 찾아가려면 기차가 최고입니다.”


30년간 160여 차례 이상 일본여행을 한 박승우 작가는 “일본 온천 여행은 패키지로 가지 마라”고 한다. 그는 최근 펴낸 책 ‘JR기차 타고 즐기는 일본 온천 50’(덕주)에서 기차를 타고 자유여행으로 즐기는 온천여행을 소개했다. ‘JR 프라이빗 트래블 마스터’로 불리는 박 작가를 인터뷰해 여행 고수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온천을 패키지 여행으로 가면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습니다. 홋카이도 노보리베쓰 온천, 도쿄 하코네 온천, 벳푸 온천, 오사카 아리마 온천 등 외에는 거의 가는 데가 없습니다. 국내 여행사에서 패키지 여행은 버스로 3박4일 정도 코스로 짜다보니까, 항공기가 도착하는 공항에서 가까운 지역의 온천 밖에는 갈 수가 없습니다.”


그는 일례로 도쿄에서 특급열차로 약 2시간 만에 갈 수 있는 군마현 ‘구사쓰 온천’의 경우 “일본에서 20년 째 최고의 온천으로 선정된 온천인데도 국내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기차를 타고 자유여행을 하다보면 현지인들이 즐기는 다양하고 최고급 수질의 온천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구사쓰 온천

-구사쓰 온천은 어디에 있는 거죠?
“도쿄에서 기차로 2시간 정도 가는 군마현에 있는 온천입니다. 일본에서 20년째 최고의 인기 1위 온천으로 꼽히는 곳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혀 모릅니다. 도쿄에서 특급 열차를 타고 가면 2시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데, 고속버스나 관광버스로 가려면 최소 4시간 정도 걸립니다. 왜냐면 일본에서는 고속도로만 4차선이고, 국도는 대부분 2차선인데 제한속도가 60km이고, 정체가 되면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까 도쿄에서 패키지 여행으로 갔다오려면 여행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구사쓰 온천
구사쓰 온천

-구사쓰 온천은 왜 20년 연속 인기 1위 온천으로 꼽히나요?
“천연 온천수 용출량이 어마어마합니다. 유바다케라는 온천수가 분당 3만리터가 쏟아져 나옵니다. 성분이 유황온천이라 효능이 좋습니다. 그온천수 온도가 거의 90~100도 가깝습니다. 그 물을 식혀서 온천수로 씁니다.” 그리고 온천 마을 자체가 예쁘고 잘 꾸며져 있습니다. 온천마을이 해발 1150m쯤에 자리잡고 있는데, 여름에는 선선한 날씨라 인기가 높습니다. 도쿄에서 열차로 2시간 남짓이면 가까운 편이죠.

구사쓰 온천의 원천수에 긴 나무판을 넣어 휘저으며 식히는 ‘유모미’.
구사쓰 온천의 원천수에 긴 나무판을 넣어 휘저으며 식히는 ‘유모미’.

구사쓰 온천의 원천은 너무 뜨거워서 그대로 사용할 수 없으며, 찬물을 섞어 수온을 낮추면 온천의 효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뜨거운 원천수에 긴 나무판을 넣고 물을 뒤집듯 휘저으며 온천욕을 할 수 있을 만큼 적당한 온도로 낮추는 방법인 ‘유모미’를 개발했어요. 이 때 ‘초이나 초이나’라고 노래를 부릅니다. 유모미는 온천수를 부드럽게 하고, 온천욕 이전에 준비운동을 하도록 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지요.“


-JR기차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장점은?
“우선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은 중장거리 교통수단의 중심이 일본철도(JR, Japan Railways)입니다. 전국에 철도망이 구석구석 들어가는 반면 고속버스 연계망은 잘 발달이 안 돼 있어서,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국내 패키지 여행은 기차를 타고 다닙니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에는 ‘외국인용 JR패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3일짜리는 3일 동안 특정 지역 내에서 무제한 탈 수 있었고, 5일짜리는 5일 동안 무제한 탈 수 있습니다. 사실 작년까지는 엄청나게 쌌었는데, 지난해 10월에 가격을 30년 만에 50~70%가량 올렸습니다. 그래서 옛날보다는 메리트가 많이 줄었지만, 전국 JR패스 말고 지역 패스 같은 걸 사면 3~5일 정도는 아주 저렴하게 다닐 수가 있습니다.”


-그동안 가본 일본 온천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세 곳만 추천한다면?
“먼저 쿠사츠 온천입니다. 일본에서도 최고로 치는 온천이니까요. 그 다음에는 아오모리현에 있는 ‘코가네자키 후로우시 온천’을 꼽고 싶습니다. ‘불로불사 황금온천’이라는 별명이 달려 있는 온천이예요. 온천 주변 불과 약 20~30m 정도 떨어진 바닷가에 엄청난 파도가 치는 곳입니다. 해안 넓은 바위에서 온천이 솟아나오기 때문에 그 바위에 표주박 모양의 욕조를 파놓았습니다. 파도가 치는 바닷가 바로 앞에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약간 현실감이 없게 됩니다. 탕 속에 있는 데도 그야말로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을 느끼게 되지요. 이 온천에 아는 지인들을 몇 번 데리고 함게 가봤는데, 탕 속에 들어가는 순간 모두들 다 자지러집니다. 여기서 나오는 온천수는 철분이 많아요. 나올 때는 무색 투명하게 솟아오르는데, 공기하고 접촉하는 순간 갈색으로 바뀝니다.

바닷가에 있는 코가네자키 후로후시 온천

그런데 이 온천에 가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아키타에서 아오모리 가는 바닷가를 끼고 달리는 관광열차를 타야 하는데요. 주로 금토일 주말에 하루에 한두 번 정도 밖에 운행을 하지 않습니다. 천하의 절경에서 즐기는 온천인데, 일본사람들도 웬만하면 가본 적이 없는 온천입니다. 워낙 교통비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희소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8가지 다른 색과 성분, 온도를 가진 노천탕이 있는 만자코겐 온천
8가지 다른 색과 성분, 온도를 가진 노천탕이 있는 만자코겐 온천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추천한다면 ‘동일본 패스’ 구간에 있는 만자코겐 온천입니다. 여기도 해발 약 1800m 지점에 온천이 있어요. 물 색깔도, 성분도, 온도도 다른 8개의 노천탕이 있는 특이한 온천입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SNS를 통해 박승우 작가의 책을 소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SNS를 통해 박승우 작가의 책을 소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 다음에 한 군데 더 추천한다고 하면, 홋카이도에 토카치가와 온천(十勝川溫泉)이 있습니다. 전세계 단 2개 밖에 없다는 모르(Moor) 온천입니다. 보통 일반적인 온천은 화산 또는 미네랄 성분으로 유명한 데요. 모르 온천은 옛날에 낙엽같은 식물성 성분이 쌓이고 쌓여서 수천, 수만년이 지나면서 발생한 열로 생긴 온천입니다. 그러한 모르 온천이 전 세계에서 딱 두 군데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독일에서 서울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했던 IOC총회가 열렸던 바덴바덴입니다.“

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지였던 아키타 뉴토 온천 마을.
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지였던 아키타 뉴토 온천 마을.

-온천수의 종류는.
“온천수의 성분에 따라 색깔과 맛이 다 다릅니다. 어떤 때는 무색 투명하고, 냄새도 없는데 어떤 곳은 우윳빛이 나기도 하고, 새 파란색도 있고, 갈색도 있습니다. 보통 우윳빛이 나는 것은 유황온천이고, 갈색빛은 철분이 많이 섞인 온천입니다. 또 먹을 수 있는 온천이 있고, 못 먹는 온천이 있어요. ‘노메마스’라고 써 있는 온천은 마실 수 있는데, ‘노메나이’라고 쓰여 있으면 마시면 안됩니다. 피부에는 좋아도 위장으로 들어가면 큰 일나는 온천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유황이나 이런 독성 성분이 있는 물은 마시면 안되니까요.”

홋카이도 시로카네 온천

-일본 온천의 지역별 특징을 말씀해주신다면.
“일본 온천은 크게 나누면 바닷가 온천이냐, 산속 온천이냐 두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태평양 연안을 끼고 원래 환태평양 화산대이기 때문에 바닷가에 온천이 많습니다. 바닷가 온천은 탁 트인 경치를 보면서 노천 온천을 하는 즐거움이 있지요. 특히 도쿄 밑 이즈반도에는 태평양 연안에 노천탕이 있습니다. 대개 절벽이나 언덕에 노천탕이 있으니까 노천탕에 앉아 있으면 진짜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또 반대로 내륙으로 들어가면 대부분 온천이 계곡을 끼고 있습니다. 계곡가에 노천탕을 만들어 놓으면 가을엔 단풍잎이 떨어져 있고, 겨울엔 눈이 수북히 쌓인 가운데 온천만 싹 녹아 있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우리나라 동해안과 마주보고 있는 온천은, 일본에서는 서쪽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에 바닷가 노천탕에서 석양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본의 태평양 연안에 있는 노천탕에서는 새벽에 일출을 볼 수가 있지요.”


그는 “일본 철도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철도 노선마다 지역별 특산물을 활용해서 만들어 파는 ‘에끼벤 도시락’을 먹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끼밴 도시락은 몇가지 종류가 있는가.
“약 3000 종류도 넘는 것 같아요. 일본 철도역에는 각 지역 특산물 도시락을 역마다 팔아요. 예를 들면 아오모리에서는 가리비가 특산품이라 가리비 도식라, 치바에서는 바지락이 유명하니까 바지락밥 도시락을 팝니다. 지방마다 고기나 해산물, 초밥, 버섯도시락 등을 팔기도 하죠. 도쿄역에 가면 전국의 유명한 에끼벤 도시락 수십, 수백종을 모아놓고 팔고, 1년에 한 번씩 에끼벤 콘테스트를 벌이기도 합니다. ‘전국 에끼벤 도시락 페어’를 열어서 인기투표를 해서 1위, 2위를 뽑죠. 우리나라처럼 천편일률적인 도시락이 아니라 역마다 다양한 특산물 도시락을 팔아서 골라서 먹는 재미가 있죠.“

-동일본, 서일본 등 권역별로 온천이 소개돼 있는데요. 어떻게 여행을 하면 좋은가.
“일본에 있는 6개 철도 회사들은 지역별로 JR패스를 만들어서 팝니다. 보통 한국인이 오사카에 가면 교토, 고베 등지를 돌고 오지, 오사카에 간 사람이 북해도까지 가지는 않잖아요. 그러니까 ‘오사카 간사이 와이드 패스’, ‘도쿄 에어리어 패스’ 등 권역별로 JR패스를 사가지고 갈 수 있는 온천들을 그룹별로 묶어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책을 편집했습니다. ‘도쿄 와이드 패스’는 도쿄, ‘간사이 와이드 패스’는 오사카, ‘북규슈 레일패스’는 후쿠오카 등 비행기를 타고 가는 중심도시를 먼저 표기를 해주고, 주변 지역을 초보자들도 쉽게 열차로 여행할 수 있도록 했지요. “


-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은.
“지역별로 있는 챕터에는 ‘추천 모델 코스’가 있는데, 제가 추천하는 1일차, 2일차, 3일차, 4일차 프로그램과 함께 기차 시간표, 버스시간표를 함께 다 수록했습니다. 최소한으로 역에서 안내판을 읽으면서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 한 권을 들고 가면 여행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실제로 인터넷 서점 후기를 보니까 이 책에 나온 코스대로 따라서 가보겠다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더군요.“


이 책에는음식 종류별로 일본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소개해주는 ‘일본 음식 문화 상식 사전’이라는 부록이 있다. 그는 “일본어 회화를 하지 못해도 음식 관련 단어를 몇마디만 알면 웬만한 이자카야 식당에서 주문하는 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온천 여행하는 또다른 팁은.
“개별 여행을 하게 되면 제일 큰 문제가 이동하는 겁니다. 보통 패키지 여행을 하면 숙소를 옮겨도 관광버스 화물칸에 캐리어를 싣고, 몸만 다니잖아요. 그런데 개인이 열차 여행을 하게 되면 일일이 캐리어를 끌고 다녀야 해서 불편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하냐면 보통 3박4일이나, 4박5일 여행을 가면 항공기 도착 첫날과, 돌아오기 전 마지막날에 같은 호텔을 예약합니다. 첫날 호텔에서 체크아웃할 때 캐리어를 맡겨 놓고, 백팩에 필수품하고 속옷 정도만 챙겨서 돌아다닙니다. 캐리어는 호텔에서 맡아 주니까요. 백팩을 메고 돌아다니면 자유여행을 해도 크게 불편함이 없습니다. 또 일본은 어느 지역에 가든 관광안내소에 가면 그림으로 잘 설명된 지도하고 팸플릿이 있습니다. 요즘 웬만한 데는 다 한국어로 된 자료가 있어요. 역 앞에 도착해서 관광안내소에 가서 한국어 지도와 팸플릿을 챙겨서 돌아다니면 큰 도움이 됩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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