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광-사랑꾼’ 두 얼굴의 나폴레옹… 현장 느낌 살린 워털루 전쟁신 압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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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폴레옹’ 6일 개봉
리들리 스콧 감독, 황제 생애 그려
일부 국가선 역사 왜곡 거센 논란

영화 ‘나폴레옹’에서 황제에 즉위한 나폴레옹(호아킨 피닉스)이 아내 조세핀(버네사 커비)에게 왕관을 씌워주고 있다. 황후가 된 
조세핀이 아이를 낳지 못하자 나폴레옹은 14년간의 결혼생활을 뒤로한 채 그와 이혼했다. 소니픽쳐스 제공
영화 ‘나폴레옹’에서 황제에 즉위한 나폴레옹(호아킨 피닉스)이 아내 조세핀(버네사 커비)에게 왕관을 씌워주고 있다. 황후가 된 조세핀이 아이를 낳지 못하자 나폴레옹은 14년간의 결혼생활을 뒤로한 채 그와 이혼했다. 소니픽쳐스 제공
“프랑스, 군대… 조세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겼다고 전해지는 말이자 그의 생애를 응축한 세 단어다. 죽은 지 20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혁명가인지 전쟁광인지 평가가 분분한 그의 생애, 그리고 그가 평생 집착했던 여성 조세핀과의 관계를 담은 영화 ‘나폴레옹’이 6일 개봉한다. 올해 나이 여든여섯인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했고, ‘조커’(2019년) ‘그녀’(2014년)의 호아킨 피닉스가 나폴레옹 역을 맡았다.

영화를 이끄는 두 축은 나폴레옹의 전쟁, 그리고 아내 조세핀에 대한 사랑이다. 정복자 나폴레옹의 생애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스콧 감독은 장대한 전투 장면을 영화 곳곳에 넣었다. 감독은 잘 알려져 있는 대로 이번 작품도 손수 스토리보드를 그렸다. 전투 장면도 미리 그림으로 그려 제작진과 공유했고, 최대 11대의 카메라를 사용해 풍부한 각도에서 촬영했다. 나폴레옹이 젊은 포병 장교로서 처음 존재감을 인정받았던 툴롱 전투와 그를 파멸하게 만든 워털루 전투 장면이 특히 압권이다. 마치 관객이 실제 전쟁터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가 지난달 북미 등 일부 지역에서 개봉하자마자 역사 왜곡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영화는 젊은 나폴레옹이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되는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기록에 따르면 그는 당시 파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머물고 있었다. 나폴레옹이 이집트 피라미드를 폭파하는 장면 역시 허구다. 스콧 감독은 비판이 거세지자 “당신들이 그때 그곳에 있었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논란 탓에 앞서 개봉한 국가에선 영화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스콧 감독은 역사적 정확성보다는 나폴레옹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해석하는 데 더 집중했다. 나폴레옹을 알려면 조세핀과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영화에서 나폴레옹과 조세핀(버네사 커비)이 처음 만나는 장면은 함축적이다. 나폴레옹은 사교 파티에서 조세핀을 만나 첫눈에 반하고, 자꾸 흘깃댄다. 눈치를 챈 조세핀이 바짝 다가와 “왜 자꾸 나를 쳐다보느냐”며 대담하게 유혹하고, 나폴레옹은 말을 더듬으며 어쩔 줄 모른다. 엄격한 어머니에게 애증을 갖고 있었던 나폴레옹은 연상의 조세핀에게 집착했고, 때로 폭력적이 되기도 했다. 황후가 된 조세핀이 아이를 낳지 못하자 결국 두 사람은 이혼했지만 나폴레옹은 죽는 날까지 그녀를 사랑했다.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썼던 열렬한 사랑의 편지는 추후 공개돼 경매에 부쳐지기도 했다.

피닉스는 복잡하고 종잡을 수 없는 나폴레옹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그는 사료로 남은 나폴레옹의 모습과 연기자로서 자신이 해석한 나폴레옹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고 한다. 다만 ‘조커’ 때만큼 매력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영화#나폴레옹#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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