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는 명동대성당”… 성당 곳곳에 담겨있는 가톨릭 미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4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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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의 마음의 고향이자 가난하고 힘든 이들의 안식처. 민주화 운동의 성지. 굳이 지명을 붙이지 않아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곳, 명동대성당. 하지만 그 안에 유럽 성당 못지않은 성(聖) 미술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침 16일부터 11월 11일까지 성당 내 미술품을 설명해주는 ‘명동대성당 가톨릭 미술 이야기 도슨트 프로그램’ 하반기 투어(매주 수, 토)가 시작된다. 명동대성당 도슨트 투어는 2019년 봄 시작됐지만,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개됐다.

14사도화. 사진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14사도화(제단화)

성당 전면 중앙제대 뒷면을 감싸고 있는 ‘14사도화’는 한국 교회 미술 개척자이자 서울대 미대 학장을 지낸 장발(1901~2001) 화가가 1926년 완성한 작품이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 외에 초기 교회 기틀을 놓은 바오로와 바르나바를 포함했는데, 얼굴을 그릴 때 당시 활동하던 주교와 사제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장발은 처음 이 공간을 어떻게 장식할지 많이 고민했는데, 마침 경주 석굴암을 방문했을 때 석가모니 둘레 10대 제자상 입상 부조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독일에서 유행하던 보이론(Beuron) 화풍을 따라 화려함보다 절제미를 추구했다.

스테인드글라스. 사진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스테인드글라스(유리화)

19세기 프랑스 툴루즈의 대표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사인 제스타 공방 작품으로 1898년 설치됐다. 성당 정면 제대 뒤편의 ‘로사리오 15단’ 유리화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묵상하는 가톨릭교회의 묵주기도 각 단을 주제로 묘사했다. 트랜셉트(십자가형 교회의 좌우 날개 부분) 좌우의 작품은 각각 ‘예수와 열두 사도’, ‘아기 예수 탄생과 동방박사 경배’를 표현했다.
청동문. 사진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청동문

성당의 ‘문’은 세상과 거룩한 곳을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명동대성당 정면의 3개의 문 가운데 중앙문은 최의순 작가가 1987년에 완성했다. 초기 한국교회의 중요한 사건을 저부조로 표현했는데, 맨 위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미사를 집전한 중국인 주문모 신부와 우리말 교리서(주교요지)를 편찬한 명도회 정약종 회장을 묘사했다.

예수 사형 선고 받으심(조각). 사진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예수 사형 선고 받으심(조각)

명동대성당 북측에 세워진 사제관 앞 정원에 있는 예수님 두상이다. ‘예수 사형 선고 받으심’은 작품 제목으로 장동호 조각가가 1994년 제작했다. 사형 선고를 받던 당시 고통스러운 예수님의 모습을 잘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탈리아의 대리석 산지인 카라라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는데, 16일 바티칸에 설치되는 성 김대건 신부 성상도 같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 예수님이 눈을 감고 입을 다문 모습을 섬세한 끌질 표현했는데, 고통과 체념 동시에 무한한 사랑을 함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도슨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79위 복자화(유채)’ ‘요한 바오로2세 교황(부조)’ ‘명례방 천주교 집회도’ 등 20여 점의 성미술을 볼 수 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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