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스마트폰 다음의 혁신? 보이는 세상이 달라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6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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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컴퓨터 비전 결합한 스마트 안경… 화재사고 나면 연기 속 보여주고
출근 안해도 눈앞에서 동료와 회의… 글로벌 IT 업체들 기술 개발에 사활
◇슈퍼사이트: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는 법을 바꿔놓을 시각 혁명/데이비드 로즈 지음·박영준 옮김/400쪽·2만1000원·흐름출판

대학 졸업반이던 1990년대 중반, 교내에서 한 PC통신 업체가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었다. 막 출범한 그 회사는 주 고객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판촉 행사를 벌였고, TV 광고도 매우 야심차게 했는데 얼마 안 가 거의 볼 수가 없었다. 그즈음부터 인터넷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이제는 인터넷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이런 ‘세상을 바꾼 혁명’은 2000년대에는 스마트폰으로 이어졌다. 그 다음은 뭐가 올까?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한 관람객이 증강현실(AR) 기술을 사용해 물고기의 뼈에 살과 비늘을 붙이고 있다. 흐름출판 제공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한 관람객이 증강현실(AR) 기술을 사용해 물고기의 뼈에 살과 비늘을 붙이고 있다. 흐름출판 제공
음성 인식·로봇 공학 엔지니어 출신으로, 공간 컴퓨팅 분야의 선구자로 불리는 저자는 인공지능(AI), 공간 컴퓨팅, 컴퓨터 비전이 결합해 탄생한 스마트 안경이 그 뒤를 이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간단히 말해 신문을 보고, e메일과 날씨를 확인하고, 쇼핑에 회의와 영화 감상까지 지금 우리가 눈을 뜨자마자 하는 모든 것이 앞으로는 스마트 안경을 통해 이뤄지리라는 것이다.

한 소방장비 제조업체가 개발한 특수 헬멧을 쓴 소방대원은 어둠과 연기를 뚫고 앞을 내다보고, 온도가 높은 부분을 구별해서 볼 수 있다. 흐름출판 제공
한 소방장비 제조업체가 개발한 특수 헬멧을 쓴 소방대원은 어둠과 연기를 뚫고 앞을 내다보고, 온도가 높은 부분을 구별해서 볼 수 있다. 흐름출판 제공
“‘…데이비드, 소방대원들에게 진정한 게임체인저가 뭔지 알아? 연기 속을 뚫고 앞을 내다보는 기술이야. 그래야 구조할 사람들이나 발화 지점을 빨리 찾아낼 수 있거든.’ (소방대원인) 에드의 소망은 이미 실현됐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소방장비 제조업체 퀘이크는 소방대원들이 어둠과 연기를 뚫고 앞을 내다볼 수 있도록 ‘생체공학적’ 눈을 개발했다. 이 회사가 공급하는 스모크 다이빙 헬멧은 벽이나 사람의 윤곽을 강조해서 비추고, 온도가 매우 높은 ‘핫 스폿’이나 불길이 소용돌이치는 곳을 색깔로 표시해준다.”(8장 ‘예측하다’ 중)

이런 혁신은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기술”이라고 극찬했고, 삼성 애플 구글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미 사활을 걸고 기술 개발에 나섰다. 영화 ‘킹스맨’에 나오듯, 안경만 쓰면 다른 곳에 있는 요원들이 모두 함께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대면 회의는 필요없을 것이다. 다른 곳에 있어도 안경만 쓰면 앞자리에 과장, 부장이 실제와 똑같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무실이 왜 필요할까.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슈트처럼 챗GPT가 결합된 스마트 안경은 ‘보이는 것’을 넘어 궁금하고 모르는 것에 대한 답까지 줄지 모른다.

세계적인 기업과 과학자들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으니 언젠가 그런 세상이 올 가능성은 커 보인다. 그리고 기술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폭이 넓어지면서 점점 더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될 공산이 크다.

한편으로 우리가 기술의 발전과 그에 관한 책을 읽을 때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은, 그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배려할 수 있느냐 여부다. 햄버거집 키오스크가 어려워서 이용을 못 하는 사람들은 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기술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 부작용을 언급하는 일은 드물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혁신#세상을 바꾼 혁명#기술의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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