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유성기’로 듣는 아리랑-조선아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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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의 원조 유성기음반 전시회

태엽을 스무 번 남짓 감자 둥근 음반이 돌기 시작했다. 1925년 제작된 유성기(留聲機·사진)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연주한 아리랑 선율이 선명하게 흘러나왔다. 84년 전 녹음됐지만 최근까지도 존재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음반이다. 한옥 풍류방을 닮은 전시관에 삼삼오오 모인 관람객들은 가슴팍 높이의 유성기로부터 눈을 떼지 못했다.

국립국악원과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서울 종로구 아름지기 사옥에서 열고 있는 전시 ‘유성기집, 소리를 보다’를 1일 찾았다. 유성기음반(SP)은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수집 열풍이 분 LP의 원조 격이다. 1900년대 SP가 조선에 들어오면서 우리 전통음악이 소리로 기록되기 시작했다. 당시 지금의 광화문 일대에서 유성기로 음악을 틀어주던 곳을 ‘유성기집’이라 불렀다.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유행가였지만 오늘날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음반 30여 점을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들어볼 수 있다.

전시는 SP가 많은 인기를 누렸던 1920∼1950년대를 집중 조명했다. 1층에는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궁중음악 녹음본인 ‘조선아악’(1928년) 음반이 전시됐다. 우리 궁중음악의 가치를 깨달은 미국 빅터사가 이왕직아악부의 연주를 녹음한 것이다.

2층 음악감상실은 전시의 백미다. 아리랑 등 민요 3곡을 틀어주는 유성기 건너편에선 국립국악원이 디지털로 복원한 고음반 음원을 태블릿PC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3층에서는 이희문, 우원재 등 동시대 예술가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우리 음악을 영상과 함께 들려준다. 30일까지. 무료.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lp의 원조#유성기음반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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