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 쇼트폼 패러디 열풍…원작 버금가는 인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1일 11시 02분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주인공 스즈메가 한눈에 반한 청년 소타를 패러디한 영상. 스즈메가 등굣길 소타를 만나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되는 전개지만 이 영상에서는 안전하게 학교로 간다. 유튜브 채널 ‘사이라이 구멘’ 캡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주인공 스즈메가 한눈에 반한 청년 소타를 패러디한 영상. 스즈메가 등굣길 소타를 만나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되는 전개지만 이 영상에서는 안전하게 학교로 간다. 유튜브 채널 ‘사이라이 구멘’ 캡처.
최근 극장가를 달군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이 패러디 콘텐츠로 연일 화제다. 패러디 영상 ‘스즈메의 문단속 잘하고 등교해버리기’는 주인공 스즈메가 등굣길 만난 청년 소타에게 반해 뒤를 좇는다는 원작의 설정 대신 전혀 취향이 아닌 남자를 마주친 상황을 가정했다. 원작과 달리 스즈메는 해당 남성을 흘깃 쳐다본뒤 가던길을 묵묵히 간다. 단 28초 분량이지만 원작의 인기 및 인지도 영향으로 게시 2주 만에 조회수 73만 회를 넘어섰다. 이외에도 ‘헬스장 문단속’ ‘어디로든 문단속’ 등 다채로운 패러디가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유명 연예인, 인기 작품 등을 자발적으로 패러디한 쇼트폼 콘텐츠들이 원작 버금가는 열풍을 일으키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원작은 SNS 바이럴을 통해 젊은층의 인지도와 호감을 얻을 수 있어 ‘윈-윈(win-win)’인 것으로 풀이된다.

●젊은층 놀이문화 된 ‘B급 감성’ 쇼트폼 패러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악역 전재준이 운전하는 장면을 기아차 광고와 합성했다. 패러디 영상 속 전재준은 “잠깐만, 저 차 아니야? 기아 카니발. 너무 예뻐. 저게 자동차지”라고 소리지른다. 유튜브 채널 유준호 영상 캡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악역 전재준이 운전하는 장면을 기아차 광고와 합성했다. 패러디 영상 속 전재준은 “잠깐만, 저 차 아니야? 기아 카니발. 너무 예뻐. 저게 자동차지”라고 소리지른다. 유튜브 채널 유준호 영상 캡처.
패러디 영상들은 인기 영화, 드라마 등을 재치 있게 따라하며 네티즌의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악역으로 활약했던 전재준(배우 박성훈)은 패러디 영상 ‘와~ 저 차 좋아보인다’로 더욱 회자가 됐다. 원작 장면은 전재준이 자신의 딸인 예솔이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몰래 사진을 찍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뒤 분노해 학교를 찾아가며 위험하게 차를 모는 모습이다. 이를 크리에이터 유준호가 기아차 카니발 광고 영상에 합성해 더빙을 했다. 벤틀리를 운전하면서 카니발을 열망하는 32초 분량의 영상은 현재 틱톡에서 781만 회 이상 재생됐고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확산했다.

코미디언 출신 크리에이터들도 패러디 콘텐츠로 이목을 모았다. 코미디언 황제성은 올해 그래미상을 거머쥔 글로벌 팝 스타 샘 스미스의 신곡 ‘언홀리’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쇼트폼 영상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킹 스미스’, ‘황제 성 스미스’ 등 별명이 붙었다. 원곡을 몰랐던 일부 네티즌들은 “황제성이 원조가 아니었나. 덕분에 명곡 알고 간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코미디언 김해준은 가수 태양이 콘서트에서 소위 ‘오글거리는’ 멘트에 멜로디를 입혀 팬들에게 불러준 ‘여러분 너무 보고 싶었어’를 패러디한 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코미디언 황제성의 ‘킹 스미스’가 열풍을 일으키자 매거진 GQ와 샘 스미스 콘셉트의 화보를 촬영하기도 했다. 황제성 인스타그램 캡처.
코미디언 황제성의 ‘킹 스미스’가 열풍을 일으키자 매거진 GQ와 샘 스미스 콘셉트의 화보를 촬영하기도 했다. 황제성 인스타그램 캡처.
패러디가 큰 호응을 얻는 건 SNS의 주 이용층인 젊은층에게 재밌는 댓글 놀이로 소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패러디 특유의 ‘B급 감성’ 역시 젊은층에게 잘 먹힌다. 1분 안팎의 ‘댄스 챌린지’ 영상 중에서도 상모돌리기 모자를 쓰고 격렬한 춤을 추는 등 원곡을 우습게 따라한 콘텐츠가 인기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진지하지 않은 ‘따라하기’, 즉 서로 웃자고 하는 패러디가 플랫폼이라는 수단을 통해 하나의 문화 양식으로 차용되고 있다”며 “특히 패러디는 짧은 대사, 제스처 등을 임팩트 있게 전달할 수 있어 쇼트폼에 잘 맞다”고 말했다.

●원작은 패러디물 활용해 대중 눈도장 찍기


글로벌 팝 스타 샘 스미스(왼쪽)는 황제성에게 “고맙다”며 영상 편지를 보냈고, 가수 태양(오른쪽)은 패러디로 화제가 된 자신의 콘서트 영상을 감상하는 콘텐츠에 출연했다. 각각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인스타그램,  원더케이 오리지널 영상 캡처.
글로벌 팝 스타 샘 스미스(왼쪽)는 황제성에게 “고맙다”며 영상 편지를 보냈고, 가수 태양(오른쪽)은 패러디로 화제가 된 자신의 콘서트 영상을 감상하는 콘텐츠에 출연했다. 각각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인스타그램, 원더케이 오리지널 영상 캡처.
패러디 바이럴이 빠르게 확산하면 원작 역시 대중적 입지를 확대할 수 있어 ‘윈-윈’이다. 샘 스미스는 지난 2월 “안녕 DJ 제성, 한국에서 ‘언홀리’가 화제가 되고 있다고 들었다. 정말 고맙다”고 황제성에게 영상 편지를 보냈다. 가수 태양은 최근 유튜브 채널 ‘원더케이(1theK)’에 출연해 패러디물의 원작인 자신의 콘서트 영상을 감상하는 모습을 보이며 친근감을 높였다. 연초 싱글 발매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한 솔로 활동에 화제성을 더한 것.

홍보마케팅 수단으로써 활용되기도 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패러디 영상이 유행하자 역으로 SNS를 통해 명장면 패러디 대회를 개최했다. 우승자 5명에겐 키링과 헤어핀 등이 포함된 굿즈 선물세트를 증정했다. ‘스즈메의 문단속’ 홍보마케팅을 맡은 박주석 영화인 이사는 “영화를 봤든, 보지 않았든 젊은층이 자발적으로 패러디를 소비하고 퍼뜨리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패러디는 부정적 의도가 깔린 조롱과 달라서 원작을 훼손한다고 보지 않았고 관객 반응을 확산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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