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아픔 줄일 수 있을까, 작품 고를 때마다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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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살다’로 뮤지컬 데뷔 김세환
제59회 동아연극상 수상한 연기파
“춤 ‘꽝’이라 2분 안무 못외워 고생”

배우 김세환은 “무대는 세상과 관객이 만나는 광장 같은 곳”이라며 “‘실비아, 살다’에서 관객이 1960년대 실비아의 삶을 통해 현재를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배우 김세환은 “무대는 세상과 관객이 만나는 광장 같은 곳”이라며 “‘실비아, 살다’에서 관객이 1960년대 실비아의 삶을 통해 현재를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춤은 ‘꽝’인지라 배운 걸 잊지 않으려고 길을 걷거나 지하철을 기다리다가도 동작을 반복했어요. 악보를 볼 줄 몰라 작곡가가 직접 불러 녹음해 준 걸 하루 종일 들으며 외웠습니다(웃음).”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실비아, 살다’에서 주인공 실비아의 가부장적인 남편 테드 역을 맡은 배우 김세환(35)이 말했다. 연극 ‘한남(韓男)의 광시곡(狂詩曲)’으로 제59회 동아연극상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그는 이번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23일 만난 그는 “춤을 제대로 춰본 적 없어 합쳐봐야 불과 2분 남짓한 안무를 외우지 못해 같은 배역을 맡은 문지수 씨를 붙들고 연습했다”며 웃었다.

그는 2015년 연극 ‘백세개의 모노로그’로 데뷔해 ‘빵야’(2023년),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2021년) 등 30여 작품에 출연했다. 그는 “작품을 고를 때 ‘어떻게 하면 이 세상에 아픔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했다. 뮤지컬 데뷔작으로 선택한 ‘실비아, 살다’는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제한됐던 1950, 60년대에 불운한 삶을 산 미국의 여성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4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2관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에서 그는 실비아와 사랑에 빠질 때의 달콤한 모습, 갈등을 겪다 돌아서는 매몰찬 모습에서 확연히 달라지는 감정의 온도차를 눈빛을 통해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배우를 꿈꾼 건 고등학생 때부터다. 친구 따라 들어간 연극반은 ‘학교 끝나면 축구만 하던’ 그에게 연기의 꿈을 심어줬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며 어머니와 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간 게 결정적인 트리거(방아쇠)가 됐다.

“부유해 보이는 학생에게 친절하던 상담 선생님이 추레한 행색의 우리에게 건성으로 답하는 걸 보는 순간 오기가 생겼어요.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후 학교에서 먹고 자며 연습만 했습니다.”

최근 드라마로도 영역을 넓혀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최치열(정경호)에게 술집에서 시비 거는 인물로 등장했다. 정경호와는 지난해 2월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호흡을 맞췄다. 4월부터는 서울시극단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키스’에 객원 단원으로 참여한다.

“지질한 역을 많이 했는데 새 작품에서도 구차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아요(웃음). 비겁한 어른이 되지 말자고 다짐하며 제 안의 면면을 들여다볼 겁니다. 어릴 때부터 연극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왔어요. 관객이 평소 생각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게 연극과 배우의 역할 아닐까요. 스스로에게도 끊임없이 질문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뮤지컬#실비아 살다#김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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