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철화-동화… 조선백자 대표 다 모인 ‘챔피언스 리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7일 03시 00분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국보-보물 31점 등 185점 최대규모… 외부 빛 차단 ‘블랙박스’ 공간 압권
전문가 강연-심포지엄도 연계 개최, 내일 개막해 5월 28일까지… 무료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시의 1부 ‘절정, 조선백자’가 펼쳐지는 리움미술관 블랙박스에서는 암흑 속에 백자 42점과 조명만 반짝여 장관을 연출한다. 리움미술관 제공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시의 1부 ‘절정, 조선백자’가 펼쳐지는 리움미술관 블랙박스에서는 암흑 속에 백자 42점과 조명만 반짝여 장관을 연출한다. 리움미술관 제공
조선시대 백자라고 하면 흔히 ‘달항아리’ 도자기를 떠올리지만 백자에는 청화백자부터 철화·동화백자, 순백자까지 다양한 기법과 형태가 있었다. 이렇게 조선시대 500여 년간 만들어진 수많은 백자 중 대표 명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28일 개막하는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시에선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조선 백자 59점 중 절반이 넘는 31점이 출품돼 눈길을 끈다. 특히 일본에 있는 수준급 백자 34점을 비롯해 국내외 14개 박물관·미술관의 백자 185점을 모은 역대 최대 규모란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 백자 ‘챔피언스리그’

리움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는 일단 화려함으로 압도한다. 1부 ‘절정, 조선백자’는 외부 빛을 차단한 약 661㎡(약 200평) 규모의 ‘블랙박스’에 백자 42점을 펼쳐놓았다. 가벽이나 칸막이가 없다 보니 드넓은 암흑 속에 조명과 흰 백자만 반짝인다. 마치 관람객들에게 인증샷을 남기라고 만든 공간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전시를 기획한 이준광 리움미술관 책임연구원은 “최근 관람객들은 자신이 화려한 공간 속에 있었다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전시 초입부터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특별한 장치가 필요했다. 고미술도 군집을 통해 화려함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공간에는 국보·보물로 지정된 백자 31점과 그에 준하는 국내 백자 3점, 해외 소장 백자 8점 등 총 42점이 청화백자, 철화백자, 채색백자, 상감백자와 순백자의 순으로 전시됐다. 이 연구원은 “1부 전시는 백자의 대표 선수들을 모은 ‘챔피언스리그’”라고 강조했다. 달항아리는 단 3점만 전시됐다. 이에 대해 그는 “조선백자 토털전이라는 취지에는 좋은 작품 석 점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시장 가장 깊은 곳으로 가면 전체 백자를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계단이 마련돼 있다.

● 개구쟁이 같은 철화백자


이번 전시에서는 청화백자 ‘백자청화 매죽문호’, 철화백자 ‘백자철화 운룡문호’, 동화백자 ‘백자동화 연화문 팔각병’(왼쪽부터) 등 다양한 조선시대 백자를 볼 수 있다. 리움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청화백자 ‘백자청화 매죽문호’, 철화백자 ‘백자철화 운룡문호’, 동화백자 ‘백자동화 연화문 팔각병’(왼쪽부터) 등 다양한 조선시대 백자를 볼 수 있다. 리움미술관 제공
그라운드 갤러리에서는 2부 ‘청화백자’, 3부 ‘철화·동화백자’, 4부 ‘순백자’가 이어진다. 초창기 청화백자는 주로 왕실에서만 사용했다. 청화 안료인 코발트가 수입해야 하는 값비싼 재료였기 때문이다. 이후 청화백자는 점차 사대부 계층으로 퍼져나갔다. 이 때문에 사군자나 자작시가 문양으로 들어간 작품을 볼 수 있다.

철화·동화백자는 조선 중기 일본, 중국과의 전란으로 청화 안료 수급이 어려워지자 대체재로 철 안료를 사용하면서 나타났다. 청화백자는 왕실을 중심으로 중앙에서만 제작된 데 비해 철화백자는 지방에서 제작됐다. 이번 전시에서 철화백자를 만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지방 백자는 거의 민속품이기에 자주 전시하기 어렵다”며 “지방 백자는 (왕실의) 제약 없이 직접 만들어 소비한 것이기에 개구쟁이 같은 자유분방함을 지닌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단정한 백자만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 지방 백자 섹션을 마련해야 관람객이 비로소 웃으실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갖고 전시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장난스러운 용의 모습이 담긴 17세기 ‘백자철화 운룡문호’, 연잎이 시원하게 그려진 ‘백자동화 연화문 팔각병’ 등이 전시됐다.

전시와 연계해 조선 백자 전문가들의 강연과 학술 심포지엄도 개최한다. 청소년을 위한 단체 자율감상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관람일 2주 전부터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된다. 5월 28일까지.

#리움미술관#조선의 백자#군자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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