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룸’ 선보인지 5년… 숙성된 무용수들의 몸짓 녹여냈죠”

  • 동아일보

한국무용-현대무용 경계 ‘더 룸’ 재공연 앞둔 연출가 김설진 - 무용수 최호종
“단원들 전통춤 선에 배어있는 ‘숨’… 현대적으로 재해석한게 특징
국악은 단 한 곡도 등장 안한채 재즈-오페라 가미해도 괴리감 없어”
내달 2∼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김설진 안무가(오른쪽)와 최호종 무용수는 “연습 시간을 따로 셀 수 없을 정도로 일상에 춤이 스며들어 있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김설진 안무가(오른쪽)와 최호종 무용수는 “연습 시간을 따로 셀 수 없을 정도로 일상에 춤이 스며들어 있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더 룸’의 장르는 현대무용도 한국무용도 아닌 초현실주의예요.”(김설진)

“작품은 한국무용의 범위 내에서 끊임없이 탈출을 도전해요. 어떤 동작을 할 때 ‘왜 이렇게 해야 하지?’를 계속 묻습니다.”(최호종)

다음 달 2일부터 4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국립무용단의 ‘더 룸’이 5년 만에 재공연된다. 2018년 초연 당시 독특한 미장센 등으로 호평을 받으며 객석 점유율 99.5%를 기록한 작품이다. 벨기에 피핑 톰 무용단에서 활동하는 현대무용가 김설진(42)이 안무 및 연출을 맡아 한국무용의 새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립극장에서 작품의 안무와 연출을 맡은 김설진과 무용수 최호종(29)을 20일 만났다. 2016년 동아무용콩쿠르 한국무용 남자 창작부문 금상 수상자인 최호종은 이번 무대에서는 무용수 중 막내다. 이들은 ‘더 룸’에 대해 “여러 사람이 들어왔다 나가며 그들의 흔적이 남는 ‘방’을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방을 배경으로 무용수들이 직접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몸짓으로 풀어냈다. 작품에서 방은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숱한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개인의 삶을 의미하기도 한다.

두 사람은 ‘더 룸’ 작업 과정이 일이 아닌 놀이에 가까웠다고 고백했다. 전통무용과 현대무용 사이 어딘가에 있는 작품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2014년 춤 경연 방송 프로그램 ‘댄싱9’ 시즌2 우승자로 이름을 알린 김설진은 이후 드라마 ‘빈센조’(2021년), 연극 ‘그때도 오늘’(2022년) 등에서 배우로 활약해 왔다. 최호종은 고등학생 시절 극단에서 연기를 하다 세종대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대중가요 등을 토대로 댄스필름도 활발히 제작 중이다.

“비틀린 안무와 연출이 좋아서 재공연을 목 놓아 기다린 작품이에요. 매일 아침 똑같은 동작을 해도 매번 새롭고 즐거워요. 아무도 안 웃어도 혼자 웃고 있을 정도로요.”(최호종)

‘더 룸’은 단원들의 춤 선에 배어 있는 한국무용의 ‘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무용 공연에서 으레 사용되는 국악은 단 한 곡도 활용하지 않았다.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의 음악 ‘고 슬롤리(Go Slowly)’부터 재즈 ‘아임 인 더 무드 포 러브’,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까지 다양한 장르를 변화무쌍하게 오간다. 김설진은 “국악과 재즈는 연주자들이 언제든 주거니 받거니 변주를 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며 “그래서인지 한국무용에 재즈를 가미해도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더 룸’에서 국립무용단 무용수 김현숙(오른쪽)이 태평무를 추고 있다. 작품은 여러 사람이 거쳐가며 흔적과 기억을 간직하는 ‘방’에 대해 풀어냈다. 국립무용단 제공
‘더 룸’에서 국립무용단 무용수 김현숙(오른쪽)이 태평무를 추고 있다. 작품은 여러 사람이 거쳐가며 흔적과 기억을 간직하는 ‘방’에 대해 풀어냈다. 국립무용단 제공
초연 무용수 8명이 그대로 등장하지만, 이번 공연에는 지난 5년간 출연진이 겪은 변화들이 오롯이 녹아 있다. 작품이 무용수 개개인의 삶에 기반한 만큼 시간이 흐르며 바뀐 생각들을 반영한 것. 대사가 없는 만큼 서사가 보다 선명하게 읽히도록 등·퇴장 순서, 배우들의 손짓 등 작은 부분도 고쳤다.

“올해 최호종 씨를 보고 ‘나이가 좀 들었네’ 싶더라고요. 기술적으로, 정신적으로 깊이 숙성된 느낌이랄까요. 무용수들이 발전한 데 맞춰 안무나 연출을 손봤죠. 배배 꼬여서 제가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은 쉽게 풀었습니다.”(김설진)

한국무용에 현대무용이 녹아든 작품이 자칫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관객들에게 이들은 “자신의 해석이 맞는지 틀렸는지 판단하기보단 ‘더 룸’을 통해 자기 삶을 들여다보면 된다”고 했다. 3만∼4만 원.

#더 룸#연출가#김설진#무용수#최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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