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우리의 사랑하는 아버지를 추억하며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모든 사람이 하나씩 죽으며, 그다음에는 심판이 있는 것이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그의 죽음과 심판을 맞이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의 영원한 생명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죽은 자는 더 이상 죽지 않으며, 그 생명은 죽음으로부터 빠져나오지 않느니라’(요한의 서신 11:26)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 우리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언뜻 보면 장례식장에서 목사가 망자의 명복을 비는 것처럼 보이는 기도문. 하지만 이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성경을 인용한 기도문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이 만들어낸 내용의 일부다. 시, 소설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챗봇이 하나님의 말씀인 설교문까지 만들 수 있을까.
교계 관계자는 “내용의 오류 등을 떠나 기도문의 형식은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목사의 설교 수준은 아니지만, 일반 신도들이 갑자기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참고해서 쓸 정도는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본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의미를 부여해 마무리 짓는 기도문, 설교의 틀은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인용한 성경의 권별 명칭에서는 오류를 보였다. 챗GPT는 인용한 구절을 ‘요한의 서신 11:26’이라고 했지만, 실제 이 내용은 요한복음 11장 26절에 있었다. 또 국내외에 수많은 번역본이 있는 성경의 특성 탓인지 현재 국내 개신교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개역 개정판과는 번역의 차이도 있었다. 개역 개정판 요한복음 11장 26절은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로 돼 있다.
챗GPT에 ‘챗GPT 설교의 문제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챗봇이) 작성한 설교문이나 기도문은 어떠한 철학적 믿음이나 종교적인 목적을 갖지 못한, 입력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자동 생성된 문장”이라고 밝혔다. 챗GPT는 이어 “이 때문에 나를 사용해 작성된 설교문이 믿음의 근본을 포함하지 않거나 잘못된 믿음을 전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고 경고했다.
“오늘 우리는 우리의 사랑하는 강아지를 추억하며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나의 어린 아이들아, 너희는 선을 따라 살아라’라고 하셨습니다. 강아지는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과 기쁨을 주었습니다. 그의 사랑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입니다. 성경에서는 ‘그는 생명의 문이요, 누가 그를 따르면 망함이 없겠고, 생명을 얻으리라’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강아지의 사랑이 끊어지지 않는 새로운 생명에서 계속하여 그를 생각할 것입니다.”
챗 GPT가 작성한 죽은 반려견을 위한 기도문. 교계 관계자는 “동물에게는 영혼이 없기 때문에 목사가 반려견을 위한 설교를 하는 경우는 없다”라며 “챗GPT가 융통성 있게 자의적으로 만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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