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 지하 1층 전시장. 벽면에 그려진 화살표는 어느 방향을 가리키려는지 알 수 없게 꼬여 있고, 다른 쪽 벽면은 아예 거대한 구멍이 나 있다. 또 전시장 한 편에는 백남준(1932~2006년)이 장난스럽게 그린 드로잉이 어린이들이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과 함께 전시됐다. 세상이 정해놓은 개념을 모두 흩뜨리려는 듯한 이 전시는 어린이를 위한 기획전, ‘포스트모던 어린이’전이다.

취임 6개월을 맞은 강 관장은 26일 “어린이 기획전을 2023년 내내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열리는 ‘포스트모던 어린이’전의 2부는 5월 5일 어린이날에 개막한다. 9월부터는 어린이 특화 생태전시 ‘노래하는 땅’이 열린다. 을숙도에 있는 부산현대미술관에 인근 신도시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관을 많이 찾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2018년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은 개관 직후 지역 기획자 출신인 김성연 관장 체제하에 화제성 있는 전시 기획으로 개관 두 달 만에 28만 명이 찾았다. 최근 수 년 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주춤했지만, 설 연휴 전 주말인 14일 5581명, 15일 6918명이 미술관을 찾는 등 관람객 발길이 회복되는 추세다.

강 관장은 부산과 을숙도라는 지역성에 맞춰 영화와 기후 변화를 주제로 한 전시 ‘시네 미디어’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술영화 거장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감독을 염두에 두고, 영화와 생태, 역사 문제를 다룬다. 강 관장은 “미술관 내에 100석 규모의 영화관을 만드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술관 로비도 전면 개편된다. 카페를 좀 더 전면에 배치해 라운지처럼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등 안내데스크와 카페, 뮤지엄 숍을 재배치 신설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또 을숙도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4층 옥상이 일부 개방될 예정이다. 강 관장은 “커피만 마시러 와도 되는 편한 미술관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강 관장은 미국 보스턴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일했으며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을 맡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