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C 모든 작품의 주역 춤춰… 20년 근속 숙원 풀었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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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
2002년 입단, UBC 한 곳서만 경력… 한 발레단서 20년 근속은 한국 최초
“올 6월 ‘잠자는…’ 오로라役 첫 발탁… 입단 20년차 돼서야 결국 인연 맺어”
29일 개막 ‘오네긴’ 주연 타티아나役… “첫돌 아들, 엄마 춤 볼때까지 춤출 것”

올해 유니버설발레단(UBC) 입단 20주년 및 수석무용수 승급 10년 차를 맞은 발레리나 강미선.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올해 유니버설발레단(UBC) 입단 20주년 및 수석무용수 승급 10년 차를 맞은 발레리나 강미선.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유니버설발레단(UBC)의 간판스타인 수석무용수 강미선(39). 국립발레단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발레단 소속 발레리나 최초로 지난달 27일 그는 ‘20년 근속 무용수’가 됐다. 김지영 김주원 등 한국 발레계를 대표하는 발레리나 가운데 20년간 한 발레단에 소속돼 무대에 오른 이는 그가 유일하다. 서울 광진구 UBC 연습실에서 6일 만난 그는 “인생의 절반을 UBC에서 보냈다”며 웃었다.

2017년 공연된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 1막 타티아나(강미선)와 오네긴(이현준)의 침실 파드되(2인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17년 공연된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 1막 타티아나(강미선)와 오네긴(이현준)의 침실 파드되(2인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그는 팬데믹 이후 2년 만에 공연되는 UBC 대표 레퍼토리 ‘오네긴’에서 주역 타티아나 역을 맡는다. 이달 29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오네긴’은 순수한 시골 여인 타티아나와 자유분방한 도시귀족 오네긴의 어긋난 사랑과 운명을 그린 전막발레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1840∼1893)가 만든 오페라 ‘오네긴’에서 영감을 받아 거장 안무가 존 크랑코(1927∼1973)가 안무한 작품이다. 2009년 한국 초연 당시 타티아나로 발탁된 강미선은 이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무대에 서고 있다.

“초연 땐 제가 맡기엔 무겁고 성숙한 작품 같아 어렵게 느껴졌어요. 책 영화 오페라 등 자료를 모조리 찾아봤죠. 그만큼 힘들게 준비해서 그런지 ‘오네긴’은 늘 부담스러운 작품이었는데 5년 전부터 편해지더라고요. 이젠 실수 걱정 않고 역할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선화예중·고, 모나코 왕립발레학교, 미국 워싱턴 키로프 아카데미 등 엘리트 코스를 거친 강미선이 UBC에 입단한 건 2002년. 연수단원으로 발레단 생활을 시작한 그는 코르드발레(군무), 드미 솔리스트, 솔리스트를 거쳐 2012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30대 중반부터는 춤출 수 있는 시간이 길어야 1, 2년 정도 남았다고 생각했어요. 작품 하나하나 에너지를 최대한 쏟겠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서왔습니다.”

UBC 대표 레퍼토리 ‘오네긴’에서 주역 타티아나 역을 맡는 발레리나 강미선.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오네긴’은 시골 여인 타티아나와 도시귀족 오네긴의 어긋난 사랑을 그린 발레다.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UBC 대표 레퍼토리 ‘오네긴’에서 주역 타티아나 역을 맡는 발레리나 강미선.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오네긴’은 시골 여인 타티아나와 도시귀족 오네긴의 어긋난 사랑을 그린 발레다.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그의 발레 인생은 처음부터 UBC와 함께였다. 12세 때 ‘호두까기 인형’의 파티걸 역으로 처음 무대에 오른 그는 학창 시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라 바야데르’에서 군무를 췄다.

“어릴 때부터 다른 발레단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미국 유학을 마치고 다른 오디션은 안 보고 곧장 귀국해 입단 시험을 봤죠.”

안 해본 역할이 없을 것 같은 그에게도 숙원은 있었다. 1994년 UBC가 초연한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오로라 역이다. 그는 올해 6월 공연에서 오로라 역에 처음 발탁됐다. 입단 20년 차가 돼서야 UBC 모든 작품의 주역을 춘 무용수가 된 것이다.

“이 연차에 새로운 역할로 데뷔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 놀라시더라고요. 상큼한 이미지의 오로라는 보통 어릴 때 맡는데 제겐 좀처럼 기회가 없었어요. 인연이 없는가 보다 하고 마음을 접었는데…. 이번 오로라 데뷔 무대가 끝나곤 신입으로 돌아간 것처럼 기뻤어요.”

강미선은 지난해 10월 아들을 출산한 ‘엄마 발레리나’다. 그의 남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37)도 2004년 UBC에 입단한 러시아 출신 발레리노다. UBC에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2012년 나란히 수석무용수로 승급했고 2014년 결혼하며 사내 커플이 됐다.

“둘 다 마흔을 앞둔 지금 목표는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춤추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훗날 아이가 엄마 아빠의 무대를 기억할 수 있게요. 아이가 이제 갓 돌이 지났거든요? 그래서 아직 한참 더 춰야 합니다.(웃음)” 1만∼12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유니버설발레단#발레리나#강미선#수석 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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