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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자폐 음악가’ 가족의 11년, 카메라에 담다

입력 2022-08-10 03:00업데이트 2022-08-10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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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녹턴’ 18일 개봉
피아노-클라리넷 연주 성호 씨와
어머니-남동생의 일상 녹여내
정관조 감독 “절망속 빛 발견하길”
영화 ‘녹턴’에서 은성호 씨(오른쪽)가 2017년 첫 콘서트에서 피아노 연주를 끝낸 뒤 어머니 손민서 씨와 함께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시네마 달 제공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화제인 가운데 자폐성 장애가 있는 음악가를 다룬 영화가 18일 개봉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녹턴’이다.

주인공은 실내악 연주단체 ‘드림위드 앙상블’ 수석단원 은성호 씨(38). ‘녹턴’은 중증 자폐를 지녔지만 피아니스트와 클라리네티스트로 꾸준히 무대에 서고 있는 은 씨와 그의 어머니 손민서 씨(65), 동생 건기 씨(32)의 일상을 담았다. 2008년부터 11년간 촬영해 영화로 만들었다.

손 씨는 성호 씨가 유독 음악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고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노 등 여러 악기를 가르쳤다. 건기 씨 역시 피아노를 공부했지만 손 씨는 아픈 아들에게 정성을 쏟았다. 건기 씨가 카메라 앞에서 엄마에게 오랫동안 가진 서운함과 분노를 여러 번 털어놓은 이유다. 형에게 밀려 늘 후순위였던 건기 씨는 음대를 다니다 중퇴했다. 건기 씨는 엄마가 형의 음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을 “부질없는 일”이라 여기고 형 연주를 듣기 싫어한다.

극 중 건기 씨가 “엄마는 나도 버리고 다 버리고 형한테 올인했다”고 말하듯 영화는 장애인 가족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갈등과 희생에 초점을 맞춘다. 장애인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체감하게 한다.

시간이 흐르며 갈등도 완화될 조짐을 보인다. 카메라는 건기 씨가 형과 함께 러시아에서의 연주를 준비하며 형과 형의 음악을 대하던 태도가 조금이나마 바뀌는 듯한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엄마는 형밖에 모르는 것 같지만 사실 건기 씨 음악이 더 좋다고 수차례 말해왔다. 제목 ‘녹턴’은 두 형제가 연주하는 쇼팽의 녹턴(야상곡)을 두고 엄마가 “건기 연주가 더 마음을 움직인다. 내가 죽으면 제삿날 들려 달라”고 말하던 것에서 착안했다.

정관조 감독은 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성호 씨의 음악에는 감정이 없는데 오히려 그런 점이 사람이 마음을 비워내게 만들더라”며 “성호 씨의 음악이 좋아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성호 씨의 어머니는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음악을 통해 인생의 빛을 발견하고 싶어 했다. 관객들도 그 빛을 발견하게 된다면 이 영화는 제 역할을 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음악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성호 씨가 답했다.

“피아노와 클라리넷이 좋아서 두 개 다 하는 겁니다. 음악은 시간의 예술입니다.”

손 씨에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그는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우영우가 판타스틱하다면 우리는 현실이라고 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며 “성호는 음악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뼛속까지 자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힘든 점이 많다”고 했다.

“마라톤처럼 뭔가 해야 해서 출발한 게 음악이었어요. 오랜 세월 힘든 게 많았고 행복했던 순간은 강하고 짧았습니다. 성호에게 음악은 공기 같은 존재가 됐지만, 성호가 음악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지 않는지 늘 살펴보고 있습니다.”(손 씨)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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