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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北수용소 실상 다룬 ‘리멤버 미’, 전세계에 알리려 영어 더빙”

입력 2022-06-22 03:00업데이트 2022-06-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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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4세 시미즈 에이지 한 감독 인터뷰
2010년부터 준비… 韓美日탈북자 40명 취재
2020년 안시 애니페스티벌 경쟁부문 초청작
영문 모른채 수용소 끌려간 소년-가족 얘기
“장벽 너머 일어나는 믿기 어려운 고통 폭로…북한, 잘못 바로잡고 올바른 방향 찾았으면”
수용소 강제노동-‘대북 풍선’ 한국잡지… 北실상 그대로 애니메이션 영화 ‘리멤버 미’에서 1995년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간 요한의 엄마가 강제 노동을 하고 있다(위쪽 사진). 수용소에서 9년 넘게 지낸 요한이 수용소 내 탄광에서 일하는 모습(가운데 사진)과 요한과 인수가 수용소 뒷산에서 발견한 한국 잡지를 몰래 보며 감탄하는 장면. 극중 대북 풍선에 들어 있다가 풍선이 터지면서 나무에 걸려 있던 잡지로 등장한다. BoXoo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초록불이 켜진 비상등을 클로즈업하며 시작한다. 지상 최악의 지옥으로 불리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려고 한 걸까. 29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리멤버 미’ 이야기다.

배경은 1995년 평양.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해다. 평양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소년 요한의 집에 갑자기 보위부 요원들이 쳐들어온다. 엄마와 요한, 여동생 미희는 영문도 모른 채 수용소로 끌려간다. 일본을 오가며 최고의 통역사로 일하던 아빠가 “민족과 당에 중대한 죄를 저질렀다”고 할 뿐 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아빠는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아빠는 며칠 전부터 연락이 두절된 상태.

영화는 1990년대 정치범 가족들이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린 수용소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한다. ‘쓰레기’ ‘구더기’ ‘없어져도 상관없을 인간들’로 불리는 이들은 일반인이 감당하기 힘든 노동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짐승처럼 일한다. 요한 같은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죽기 직전까지 구타당하고, 시신은 쓰레기처럼 버려진다. 살아서 이곳을 탈출할 방법은 거의 없다.

영화를 만든 이는 재일교포 4세 시미즈 에이지 한 감독(52·사진). 그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2010년부터 영화 제작을 준비했다. 북한 수용소 실상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 일본, 미국에 사는 탈북자 40여 명과 접촉해 취재했다. 이 중 6명과는 심층 인터뷰를 했다”고 말했다. 가족이나 지인의 안전을 우려해 인터뷰를 거절한 탈북자가 많았다고 한다.

영화 주인공 요한과 미희, 인수는 각기 다른 시기, 다른 수용소에서 고통받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만든 가상의 캐릭터. 죽어가는 노인을 구하기 위해 연대하는 수용자들이나 산사태로 일부 수용자가 매몰됐는데도 이들을 구하지 말고 일하라고 윽박지르는 당 간부, 굶어죽지 않기 위해 다른 수용자를 허위로 밀고하고 식량을 얻는 에피소드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더빙은 영어로 했다. 그는 “실제 탈북자의 북한말 더빙도 생각했다. 내 입장에선 일본어로 더빙했으면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목표가 북한에서 자행되는 인권침해의 실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었기에 영어를 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원제는 ‘True North’. 감독은 제목에 대해 “장벽 뒤에서 실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진실을 폭로하고 싶었다. 그곳에선 세계의 즉각적 관심이 필요한 믿기 어려운 고통이 있었다. 북한이 잘못을 바로잡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뜻도 담겼다”고 했다.

영화는 2020년 안시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시미즈 에이지 한 감독은 ‘리멤버 미’ 이전에도 인권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행복’을 연출하는 등 인간 존엄을 탐구해 왔다. 그는 “신작은 인간성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한반도 분단 같은 정치 이야기는 최대한 삼갔다. 나는 이 문제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래도 100%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아이들을 노예로 만들고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게 잘못됐다는 것은 ‘보편적 진실’이라는 겁니다. 한낱 독립영화인이 말하고자 한 것을 김정은도 부정할 수 없기를 바랍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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