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으로 모여 합창 연습”…팬데믹도 못 막은 음악 열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31일 1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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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도 함께 노래하며 같이 음악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막아내진 못했습니다.” (이건용 작곡가)

합창단 ‘음악이있는마을’의 제20회 정기연주회 ‘스무고개를 넘어서, 비로소…’가 18일 오후 5시 경기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996년 고(故)이강숙 단장(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총장)에 의해 창단된 음악이있는마을은 50여명의 단원이 활동하는 시민합창단이다.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합창으로 그리고 세계로’의 정신으로 한국합창음악을 찾고 개발하고 보급해왔다. 지금까지 350여곡의 창작곡을 연주하면서 한국 창작 합창곡은 재미없을 거라는 편견을 깨고 정기연주회마다 매번 2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호응을 얻어왔다.


작곡가 이건용 단장(전 서울시오페라단장)을 비롯해 홍승찬 기획감독(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홍준철 음악감독(음악이있는마을 초대지휘자), 김홍수 지휘자(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정이와 반주자, 신명순 음악코치로 구성된 음악진이 만들어내는 화음이 일품이다. 1996년 창단 이래 정기공연 19회,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는 음악회인 푸른나무 공연 56회, 기획공연 24회 초청공연 70회에 이르는 음악회를 가졌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모든 것이 중단되었다. 이건용 단장은 “당연한 듯 여기고 지내던 일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기적 같은 일이었나를 새삼 느꼈던 시간이었다”며 “팬데믹 상황에도 집에서 개인연습을 하고, 인터넷 줌으로 모여 합창을 하고, 마스크를 쓴 채 대면연습을 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며 준비한 이번 연주회라 더욱 설렌다”고 했다.

특히 이번 스무번째 연주회는 음악이있는마을을 창단한 고 이강숙 초대단장(2020년 소천)의 추모 연주회로 진행된다. 이건용 단장이 작곡한 ‘Requiem Aeternam’과 홍준철 음악감독이 쓴 노랫말에 노선락 작곡가가 곡을 붙인 ‘기억할게요’가 고 이강숙 초대단장의 추모곡으로 연주된다. 또한 음악이있는마을 단원이기도 한 강현나, 양이룩, 채수남, 한태호 작곡가가 창작한 열 세 곡의 합창곡도 연주된다.

강현나 작곡가의 ‘아라리요’는 우리의 가락 아리랑 선율을 모던한 감각으로 재창조한 곡으로, 리드미컬한 도입부에 이어 익숙한 아리랑 선율을 거쳐 애처로운 마음을 휘몰아치듯 곡이 이어진다. 합창곡을 듣다보면 어느새 한(恨)과 흥에 동화된다. 양이룩 작곡가의 ‘봄꽃피는 날’은 용혜원 시인의 시를 인용해 만든 곡이다. ‘봄에 꽃이 필 때 나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는 가사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멜로디와 화성으로 구성됐다.


채수남 작곡가의 ‘별밤’은 작은 별의 일상을 ‘별’의 시점에서 동화적으로 표현한 한 편의 시같은 곡이다. 녹록치 않은 삶에 초연하면서도 순응하며 살아내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일상을 합창으로’ 만드는 작업에 관심이 많은 한태호 작곡가의 ‘믹스커피’는 신입사원의 탕비실 스토리를 곁들여 현대인의 삶과 애환을 합창으로 달달하게 풀었다.

“마실 다녀본지가 언제인지, 흙냄새를 맡아본 지도 오래입니다. 빚장 걸어 잠그고 틀어박힌 지가 오래입니다. 이제 곧 흙에서 나는 모든 것들이 서로 얼굴 맞대고 수다 떨며 살내음이라도 맡으면 숨통이 좀 트일지 모르겠습니다. 흙으로 돌아가신 촌장님도 함께 하시리라 믿습니다.”(홍승찬 기획감독)

3년 전 제2대 지휘자로 취임한 김홍수 지휘자는 이번이 첫 공식 무대다. 그는 “지휘자는 연주자들 없이 홀로 설 수 없고, 연주자들은 들어주는 사람 없이 존재하기 어렵다”며 “합창에 대한 열정 하나로 인내하며 지켜낸 단원들과 이 순간의 소중한 가치를 인정해주시고 찾아주시는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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