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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시는 어려울지라도 해설은 친절했으면[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입력 2022-04-30 03:00업데이트 2022-04-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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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황인찬 지음/308쪽·1만6000원·안온북스
이호재 기자
차분한 목소리로 시인을 소개한다. 시 한 편을 천천히 읽는다. 자신이 느낀 감상을 풀어놓는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속담을 파고든 최정례의 시 ‘개천은 용의 홈타운’을 낭독하곤 “요즘 집값이 어마어마하게 비싸 나도 당혹스럽다”고, 홀로 사는 삶을 노래한 이원하의 시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를 읊곤 “나도 혼자 살면서 혼잣말을 많이 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최근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황인찬의 읽고 쓰는 삶’을 자주 듣고 있다. 10분 남짓한 길이의 오디오클립은 시에 문외한인 독자들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잠들기 전 오디오클립을 틀어놓고 듣다 보니 각 회마다 소개되는 시인이 궁금해졌다. 오디오클립에 소개된 시인의 다른 책을 찾아보기도 했다.

이 책은 황인찬이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오디오클립을 통해 연재한 해설을 활자로 옮긴 에세이다. 총 49편의 시에 대한 황인찬의 감상이 담겨 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유명 시인인 그가 다른 시인들의 시를 읽고 풀어놓는 감상은 날카롭기보단 따뜻하다. 시를 샅샅이 해부하기보다는 술 한잔 기울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것 같다. 평론가의 시선에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대중의 눈높이엔 딱 맞다. 유명 평론가나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지 않지만 단순하고 쉬운 해설의 진가를 알게 된다.

그의 해설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건 자기 생각을 풀어놓으며 시를 소개하기 때문이다. 그는 곽재구의 시 ‘두부 먹는 밤’을 읽고 “난 먹는 낙이 사는 낙이다”라고 농담을 던진다. 이소연의 시 ‘공책’에 대해선 “난 공책을 일단 사놓고 보는 버릇이 있다. 세상엔 왜 이렇게 예쁜 공책이 많은 건가”라고 실없이 말한다. 그렇다고 감상의 깊이가 지나치게 얕은 것도 아니다. 정현우의 시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를 읽고 “어른스러움이라는 건 슬픔이나 외로움에 휩쓸리지 않는 자기만의 방식을 갖는 일”이라고 평가하며 시에 적절한 의미를 부여한다. 시 ‘비숑큘러스’를 쓴 배수연을 “‘숑’이나 ‘큘’ 같은 낯선 언어로 상상력을 이어가는 시인”이라고 정의하며 장점을 부각한다.

최근 만난 정호승 시인은 “요즘은 독자와 소통이 불가능할 정도의 시들이 너무 많아 염려된다. 시인들만 읽는 시를 넘어 독자에게 사랑받는 시를 쓰는 젊은 작가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왜 쏟아지는 젊은 시인들의 시집에 손이 안 가나 고민하던 내 궁금증을 풀어주는 대답이었다. 황인찬 역시 “시는 혼잣말은 아니다. 혼잣말인 척하면서 타인에게 말을 거는 행위”라고 말한다. 깊은 생각이 담긴 어떤 시는 쉬운 단어로 쓸 수 없다는 말은 동의한다. 다만 어떤 시가 어려워야 한다면 그 시의 해설은 조금 더 친절해도 되지 않을까. 쉽게 풀어 설명한다는 해설(解說)의 뜻 그대로 말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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