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보면 딱…‘직관적 표지’ 소설에 끌려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5일 1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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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밤길 한가운데 작은 가게에서 노란 불빛이 새어나오는 책 표지를 보세요. 읽는 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위로하는 ‘힐링 소설’이라는 생각이 바로 들지 않나요.”

일러스트레이터 반지수 씨(31)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그린 그림을 책 표지로 쓴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과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데에 책 내용이 ‘힐링 소설’임을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린 표지가 영향을 끼쳤다는 것. 반 씨는 “기분이 좋아지는 따뜻한 색을 표지에 녹이고, 소설에 나오는 가게를 직접 그린 것을 독자들이 좋아해준 것 같다”며 “두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여러 출판사에서 유사한 책 표지를 그려달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출판계에서 직관적인 책 표지를 앞세워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 소설책 표지는 몽환적이고 추상적인 그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표지만 보고도 책 내용과 소재를 바로 알 수 있는 그림이 독자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출간된 ‘불편한 편의점’은 교보문고 3월 첫째 주(3월 2~8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동시에 차지했다. 올 1월 출간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교보문고에서 같은 기간 소설 분야 2위를 차지했다.

1·2권이 합쳐 100만 부가 팔린 장편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시리즈는 꿈을 파는 백화점을 직관적으로 그려낸 책 표지가 성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4월 출간돼 25만 부가 팔린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인플루엔셜)은 가상의 도서관을 인포그래픽처럼 단순화해 표현한 표지가 흥행에 영향을 끼쳤다. 직관적인 표지가 인기를 끌자 기존 그림보단 책 내용에 맞춰 개별적으로 표지를 제작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윤성훈 클레이하우스 편집자는 “표지를 새로 제작하면 기존 그림을 쓰는 것보다 비용이 약 100만 원이 더 들지만 흥행을 위해 표지에 투자하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직관적인 영상 매체에 익숙한 독자들이 늘어나면서 표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출판계에서 일러스트레이터의 몸값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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