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이돌’ 민철기 PD “경력단절 30·40대 공감에 용기 얻었죠”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12일 1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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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같은 이 숫자 나열은 다시 꿈을 꾸기 위해 일상에 충실한 나날들이다. ‘애프터스쿨’ 출신 가희·‘쥬얼리’ 출신 박정아·발라드가수 별·‘베이비복스 리브’ 출신 양은지·가수 현쥬니·‘원더걸스’ 출신 선예가 무대에 다시 서기까지 가진 공백기다.

최근 종영한 tvN ‘엄마는 아이돌’은 원더걸스·애프터스쿨·쥬얼리처럼 한 때 K팝계를 풍미했으나, ‘경력단절여성’(경단녀)가 된 ‘엄마 아이돌’의 성장 서사를 보여주며 호응을 얻었다.

3개월여를 준비한 가희·박정아·별·양은지·현쥬니·선예가 ‘마마돌(M.M.D)’를 통해 성공적으로 데뷔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지난달 27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데뷔곡 ‘우아힙(WooAh Hip)’ 무대를 펼쳤는데, 여섯 명 모두 현역 아이돌 못지 않은 기량으로 남녀노소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엄마는 아이돌’ 민철기 PD는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음악계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경력이 단절된 30~40대분들이 크게 공감하셨다는 말에 저희 역시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민 PD는 본래 걸그룹 재결성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었다. 빤한 형식을 반복하기 싫어서 고민하다가 엄마가 된 아이돌들을 떠올렸다. 섭외한 가수들의 라인업은 맨 처음에 구상했던 것과 거의 일치했다.

하지만 이미 각자 일상을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멤버들을 모으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특히 가희와 선예 같은 경우는 각각 발리와 캐나다가 삶의 터전이다. 3개월 한시적이라고 해도 귀국해서 녹화에 참여하는 데 큰 결심과 가족의 희생이 따라야 했다.

민 PD는 “시도를 하면서도 처음엔 가희 씨와 선예 씨가 함께 해주실 줄 몰랐어요. 그런데 가희 씨는 전화를 받자마자 ‘무대가 그립다’고 하시는 거예요. 수화기 너머로 눈물이 글썽글썽하는 게 상상될 정도로요”라고 돌아봤다.

“선예 씨의 경우 말이 캐나다에서 한국까지 비행기로 13시간이지, 오는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시댁 식구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해요.”

그런데 이들이 출연을 결심한 것부터가 또 다른 시작이었다. 예전에 톱을 찍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많은 것이 변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은 뒤에 몸이 달라졌고, 그 만큼 무대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 초반에 멤버들이 시행착오를 겪은 것도 사실이다. 오랫동안 담을 쌓았던 무대가 가깝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반에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미션을 기점으로 이후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민 PD는 “음악방송 데뷔 일정 자체가 무리한 스케줄이 아닌가 싶었는데 모든 분들이 잘해주셔서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흡족해했다.

민 PD는 MBC 출신이다. ‘쇼! 음악중심’ ‘복면가왕’ 등을 연출했고 CJ ENM으로 이적해 tvN ‘수상한 가수’ ‘이타카로 가는 길’을 선보였다. 음악 예능에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는 그는 무엇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사람 이야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민 PD는 “예능 안에는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냥 웃음이 있는 것만 예능이 아니에요. 물론 그 자체로 웃기는 개그도 좋지만 프로그램의 결에 따라 사람 냄새가 나는 것이 중요하죠. 특히 음악이라는 건 다양한 스토리를 담아낼 수 있는 좋은 그릇이에요. 다양한 분들이 더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장점도 있고요. 그것이 음악 예능의 힘입니다.”

초반에 ‘엄마는 아이돌’ 멤버들이 가혹한 평가를 받는 장면을 방송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 누리꾼은 한 때 톱을 찍었던 가수들을 하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사실 연예인이나 시청자분들이 별 다를 게 없어요. 누구든 10년 동안 경력이 단절되면 같은 고민을 하죠. 과거에 그 사람이 얼마나 잘했는지가 지금은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몸 담고 있는 필드의 기준에 맞춰 경쟁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죠. 지금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 거예요. 저 역시 프로그램 초반에 ‘현실 점검’을 하고자 했을 때 가슴이 아팠어요. 하지만 진짜 우리의 현실을 먼저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과거에 쌓은 명성은 지금과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거기에 다행히 시청자분들도 결국 동의를 해주셔서 저희가 함께 갈 수 있었죠.”

방송 이후 30~40대 여성들이 특히 큰 지지를 했다. 그 중에는 육아만 하다가 자존감이 무너져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는 시청자가 있었고, 가족만 뒷바라지하는 거 같다며 자신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는 시청자도 있었다. “그런 비슷한 문제를 겪으신 분들에게 작은 위로 또는 대리 만족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민 PD는 무엇보다 가혹한 3개월의 일정을 불만 하나 없이 잘 소화한 마마돌 멤버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멤버들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희생을 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라, 잘 안 되면 제가 부채 의식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었죠.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서 한숨을 돌리게 됐어요. (아빠가 된 아이돌들을 모은 ‘파파돌’ 프로젝트가 2탄이 되냐는 물음에) 일단은 잘 쉬고 생각하고 싶어요. 하하.”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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