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문화

日 젊은 영화 거장이 펼쳐낸 5시간 17분의 ‘해피아워’

입력 2021-12-07 03:00업데이트 2021-12-07 04:23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日 개봉 6년만에 9일 국내 상영
국제영화제 휩쓴 하마구치 작품… ‘4인4색’ 30대 여성들의 고민 다뤄
비전문 배우들의 내면 연기 일품… “긴 상영시간, 오히려 신선한 장점”
상영 시간이 5시간 17분에 달하는 영화 ‘해피아워’에서 친구 4명이 전망대에 가기 위해 산악열차를 탔다. 아래 작은 사진은 이들이 고베 아리마 온천 지역을 여행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 영화사 조아 제공
얼핏 보면 ‘3시간 17분’ 같다. 그래도 주저하게 된다. 언제든 정지, 재생할 수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와 유튜브 쇼트폼 콘텐츠의 확산으로 멈추는 것이 불가능한 긴 영상은 제쳐놓는 이들이 많아진 요즘 3시간이 넘는 극장용 영화라니. 2시간만 넘어가도 표 구입을 망설이는 시대에 말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3시간 17분도 아니다. 317분, 무려 5시간 17분이다. 시대를 역행하다 못해 비웃는 듯한 이 작품, ‘일본 봉준호’로 불리는 하마구치 류스케(濱口龍介·43) 감독의 ‘해피아워’다. ‘드라이브 마이카’로 칸 영화제 각본상을,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는 등 유명 국제 영화제를 휩쓸고 있는 젊은 거장의 작품이다. 세계 무대에 거장의 이름을 알린 시작점인 이 영화는 일본에서 개봉한 지 6년 만에 국내에서 9일 개봉한다.

‘해피아워’는 긴 러닝타임 탓에 보기로 결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특이한 작품. 그러나 결심이 반이다. 정작 보기 시작하면 5시간 17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진 않는다.


영화는 30대 후반 절친 여성 4명의 우정과 일상을 다룬다. 함께 워크숍에 참가하고 온천 여행을 하는 이들에겐 각자의 고민이 있다. 남편의 외도로 ‘돌싱’이 된 아카리(다나카 사치에), 자신의 외도로 이혼소송 중인 준(가와무라 리라), 남편에게마저 사생활의 선을 긋는 후미(미하라 마이코), 남편과 아들에게 헌신하고 살다가 자기 자신을 잃은 사쿠라코(기쿠치 하즈키)까지 공감을 이끌어내는 4인 4색 캐릭터가 나온다. 영화는 내내 이들의 고민과 일상, 각자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주인공들이 참가한 ‘중심’이란 주제의 워크숍 장면을 보여주는 데만 약 30분을 할애하기도 한다. 그 덕분인지 관객은 영화 속 워크숍에 함께 참가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워크숍 장면이 끝나면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관객도 ‘자신이 중심을 찾아야 타인과의 균형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주인공 4명이 전문 배우가 아니라는 걸 알고 보면 조금 더 재밌어진다. 하마구치 감독은 과거 ‘즉흥 연기 워크숍’을 열어 만난 이들 4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미하라의 속을 알 수 없는 연기와 가와무라의 텅 빈 눈빛 연기는 어쩌면 연기를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들 4명은 아마추어임에도 2015년 로카르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 상영 중간에는 쉬는 시간 10분이 주어진다. 티켓은 1만8000원. 주말 기준 1만4000원(2D 영화 기준)인 일반 영화보다는 비싸다. 앞서 1997년 말 개봉한 호러 컬트 영화 ‘킹덤’은 4시간 39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에도 전 회가 매진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당시와 달리 미디어 환경이 급변한 데다 상영 시간 내내 잔잔하고 담담한 ‘해피아워’ 특성상 킹덤의 흥행을 재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영화를 수입한 이은경 영화사 조아 대표는 “짧은 영상, 10초 건너뛰기가 가능한 영상이 확산된 현 시대에 ‘해피아워’의 긴 러닝타임은 드물고 신선해 오히려 큰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문화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