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갇힌 역사는 좁다… 가자, 실크로드로

이기욱 기자 입력 2021-11-16 03:00수정 2021-11-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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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회 한국고고학전국대회, 제1세션에 ‘실크로드’ 첫 선정
실크로드 통해 동서문화 교류
“북쪽지역서 대륙 관련성 찾고 유라시아 관점서 한반도 봐야
곱슬곱슬한 머리카락과 수염, 근육질의 상반신이 돋보이는 남성이 위엄 있는 모습으로 옥좌에 앉아 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국박) 중앙아시아실에 상설 전시돼 있는 이 좌상(坐像)은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이집트 남신(男神) 세라피스. 지중해를 중심으로 헬레니즘 세계에서 널리 신봉됐다. 2, 3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20세기 초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허톈(和田) 지역에서 출토됐다. 고대 지중해 문화가 실크로드를 거쳐 중앙아시아 동쪽 지역까지 전해진 것이다.

실크로드는 국내로도 이어졌다. 이달 5, 6일 열린 제45회 한국고고학전국대회에서 박천수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는 ‘유리기(琉璃器)로 본 유라시아 실크로드’ 논문을 통해 1973년 경주 황남대총에서 발굴된 5세기 제작 추정 그물무늬 유리잔과 카자흐스탄 카라아가치 지역 훈족 무덤에서 출토된 유리잔을 비교했다. 잔 밑받침을 제외하면 녹색빛 바탕의 잔 형태와 푸른색 그물무늬 등 두 잔이 거의 똑같다. 박 교수는 “지중해에서 제작된 유리기가 흑해와 인접한 카자흐스탄 북부 초원지대를 거쳐 신라로 유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 고고학계가 실크로드에 주목하고 있다. 한반도 내에서만 고고학 자료를 찾았던 경향을 벗어나 한반도 너머로 외연을 넓히기 위함이다. 특히 이번 전국대회에서는 그해 전국대회의 핵심 주제를 보여주는 제1세션을 ‘실크로드 고고학’으로 정했다. 국내 고고학계 학술대회 중 최대 규모인 전국대회에서 실크로드를 제1세션으로 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순발 한국고고학회장(충남대 고고학과 교수)은 “한국 고고학의 영역이 좀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한반도 외부에서 우리와 관련된 것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 이번 대회의 기획 의도”라고 말했다.

고고학계의 이런 흐름은 국박이 6월부터 중앙아시아실에서 진행 중인 ‘투루판 지역의 한문자료―실크로드 경계의 삶’ 테마전에서도 읽을 수 있다. 국내 역사를 실크로드 관점에서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리와 꾸준히 교류했던 중국 문화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전시는 일본 부유층 출신 승려 오타니 고즈이(1876∼1948)를 중심으로 실크로드 일대를 조사한 ‘오타니 탐험대’가 1912년 중앙아시아 타클라마칸 사막 투루판 지역 무덤에서 수집한 유물 19점을 통해 중국과 서역의 교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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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루판 국씨고창국(麴氏高昌國)과 당나라 귀족 무덤인 아스타나 고분군 230호 무덤에서 출토된 시신깔개에는 당시 당나라 서주도독부(西州都督府)였던 고창국에 679년 당 조정이 전국 예산 집행 지침을 하달하는 문서와 675∼676년 도주한 병사의 처분과 관련한 문서가 붙어 있었다. 당 중앙정부가 서역과 직접 교류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투루판 가오창고성(高昌故城)에서 출토된 비석도 있다. 이 비석은 강국(康國·현 사마르칸트) 출신으로 7세기 중반 당으로 귀화한 소그드인 지도자 강거사(康居士)가 투루판 지역에서 불교 경전을 제작한 업적을 기리고 있다. 주 종교가 조로아스터교였던 소그드인이 중국식 불교 경전을 만들었다는 점은 당시 당나라와 서역이 문화적으로도 교류했음을 알려준다.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삼면이 바다인 한국에서 대륙과의 관련성은 필연적으로 북쪽 지역과 관련돼 있다”며 “이제는 유라시아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한국고고학전국대회#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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