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뒷날개]불교명상의 효과, 과학에게 물어봐

손민규 예스24 인문MD 입력 2021-10-16 03:00수정 2021-10-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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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다르마/릭 핸슨 지음·김윤종 옮김/440쪽·2만 원·불광출판사
내가 명상을 처음 접한 곳은 중학교 법당이었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불교 재단이 운영했다. 불심이 지극했던 건 아니고 거주지에 따라 배치 받은 학교가 우연히 불교 재단 소속이었다. 불교를 배우는 수업이 있었는데 정규 과목은 아니었다. 믿는 종교도 아니고 성적에도 반영되지 않으니 학생들 대부분은 수업에 관심이 없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인상에 남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명상 시간이었다. 수업은 대개 교실에서 이뤄졌지만 명상을 가르쳐주던 날 선생님은 법당으로 학생들을 불렀다. 수업 시작 전 왁자지껄했던 까까머리 남학생들이 수업이 끝날 때 차분해져 있었다. 선생님의 호통과 회초리에도 웬만해서는 주눅 들지 않던 질풍노도의 아이들에게 무슨 변화가 생긴 걸까.

이 책은 신경심리학자이자 명상지도자인 저자가 명상이 우리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뇌과학과 불교 사상으로 설명한 인문학서다. 최근 서구에서는 명상의 현대 심리학적 개념이라 할 수 있는 ‘마음챙김’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저자의 전작인 인문학서 ‘붓다브레인’(불광출판사)도 마음챙김의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현재 미국에서는 심리치료 분야에서 명상을 활용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길 정도다. 그런데 정말로 마음챙김에는 인간을 치유하는 힘이 있는 걸까.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공명영상(MRI)이 발명된 뒤 인간 뇌의 부위와 기능에 관해 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명상으로 뇌를 단련하면 불안이나 욕망에 덜 휘둘리게 되고 자아에 덜 집착하게 된다. 명상을 거듭할수록 뇌의 이성적인 영역이 본능에 가까운 영역을 더 잘 통제한다는 것. 명상이 올바른 인식과 타자와의 공존에 도움을 주는 효과적인 실천이라는 사실이 과학으로 증명된 셈이다. 저자는 과학적 지식을 불교 경전과 함께 소개해 연기(緣起), 사성제(四聖諦), 팔정도(八正道), 공(空) 등 불교의 가르침이 어떻게 현대 심리학 용어로 설명될 수 있는지 풀어낸다.

저자는 명상을 훈련하는 시간이 길수록 일상에서 평온한 마음을 더 잘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만 시간 명상을 해온 사람은 이미 예상되는 통증 앞에서도 평정심을 지키고 통증 뒤에도 빠른 회복을 보인다는 것. 반면 어린 시절 아이들이 중학교 법당에서 쌓은 평정심은 수업이 끝난 뒤 하루 만에 부서졌다.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떠들고 달리고 싸웠다. 명상의 시간과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비례하기 때문일 터다. 이처럼 순간의 명상만으로 오래 명상해온 수도자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명상의 과학적 근거를 알게 된다면 명상을 하지 않았던 사람도 조금 더 명상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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