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인생책’ 소개로 원작 화제
10대의 감정과 세밀한 변화 표현

영화 ‘최선의 삶’이 1일 개봉했다. ‘체급 자체가 다른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2015년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한 임솔아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은 2019년 가수 아이유가 한 방송에서 ‘인생 책’이라며 소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시작부터 눈길을 끈다. 소설을 읽으며 떠올린 머릿속 장면들을 그대로 빼내 영상화한 듯하다. 소설에서 튀어나온 듯한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학교, 동네 등 주요 장소까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원작 속 “우리는 자꾸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 했다” 등의 주요 문장은 토씨까지 그대로 살려 강이의 내레이션으로 옮겼다.
강이로 분한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 방민아의 연기력도 관람 포인트다. 강이가 엄마 앞에서 무서움과 분노, 후회 등 온갖 감정을 그러모아 오열하는 장면을 보고 나면 아이돌 출신에게 갖기 쉬운 선입견이 사라진다. 방민아는 강이 역으로 7월 뉴욕 아시안영화제에서 국제라이징스타상을 받기도 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원작 속 주요 서사 일부가 생략돼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함축이 거듭된 시를 읽는 것처럼 스토리를 이해하기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가출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주인공들의 관계는 어긋나기 시작한다. 소영은 강이를 따돌리고 괴롭힘을 주도한다. 원작은 소영과의 몸싸움 끝에 강이가 ‘최선의 선택’이라며 소영에게 무릎을 꿇는 장면, 이런 강이에게 소영이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 상당 부분 나온다. 결말 부분 소영에 대한 ‘강이의 선택’을 이해하게 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그런데 영화는 강이가 상처를 입은 채 공터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장면으로 훌쩍 건너뛴다. 감독은 “해당 장면은 촬영은 했지만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폭력 장면을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편집 과정에서 덜어냈다”며 “사건 자체보다는 10대 주인공 각자가 맞닥뜨리는 감정과 세밀한 변화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KTH상을,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새로운선택상’ 등을 수상했다. 15세 관람가.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