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가출 감행한 서로 다른 여고생 3인, 그 시절 불안한 선택… 그땐 그게 맞았는데

손효주 기자 입력 2021-09-02 03:00수정 2021-09-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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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정 감독 영화 ‘최선의 삶’
아이유 ‘인생책’ 소개로 원작 화제
10대의 감정과 세밀한 변화 표현
영화 ‘최선의 삶’에서 주인공들이 모텔에서 술을 먹고 놀다가 다음 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장면. 셋은 늘 뭉쳐 다니는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가출했다가 일상으로 돌아온 후 점점 멀어진다. 엣나인필름 제공
고3 소녀 3명이 있다. 강이(방민아)는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생각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2명의 의견이 부딪치면 “나는 상관없다”고 하는 게 그의 최선이다. 소영(한성민)은 자기애 충만한 인물로 이들 중 서열 1위다. 모든 상황을 주도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잔인하게 굴복시킨다. 아람(심달기)은 목장갑, 길고양이 등 버려진 것들을 주워 오며 “다 아픈 애들”이라고 말한다. 단순하게 사는 엉뚱한 소녀 같지만 사실은 아빠의 무관심과 폭력에 노출된 ‘버려진 소녀’다. 서로 다른 소녀 3명은 어느 날 가출을 감행한다. 이들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

영화 ‘최선의 삶’이 1일 개봉했다. ‘체급 자체가 다른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2015년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한 임솔아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은 2019년 가수 아이유가 한 방송에서 ‘인생 책’이라며 소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시작부터 눈길을 끈다. 소설을 읽으며 떠올린 머릿속 장면들을 그대로 빼내 영상화한 듯하다. 소설에서 튀어나온 듯한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학교, 동네 등 주요 장소까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원작 속 “우리는 자꾸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 했다” 등의 주요 문장은 토씨까지 그대로 살려 강이의 내레이션으로 옮겼다.

여성 관객에게는 학창 시절로 돌아가는 경험도 선물한다. 그 시절 어설프고 불안한 선택이 낳은 결과를 후회하며 살지만 돌이켜보면 당시로선 그게 최선이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이우정 감독은 1일 전화 인터뷰에서 “10대를 지나온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묻어두었던 그 시절의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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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로 분한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 방민아의 연기력도 관람 포인트다. 강이가 엄마 앞에서 무서움과 분노, 후회 등 온갖 감정을 그러모아 오열하는 장면을 보고 나면 아이돌 출신에게 갖기 쉬운 선입견이 사라진다. 방민아는 강이 역으로 7월 뉴욕 아시안영화제에서 국제라이징스타상을 받기도 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원작 속 주요 서사 일부가 생략돼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함축이 거듭된 시를 읽는 것처럼 스토리를 이해하기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가출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주인공들의 관계는 어긋나기 시작한다. 소영은 강이를 따돌리고 괴롭힘을 주도한다. 원작은 소영과의 몸싸움 끝에 강이가 ‘최선의 선택’이라며 소영에게 무릎을 꿇는 장면, 이런 강이에게 소영이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 상당 부분 나온다. 결말 부분 소영에 대한 ‘강이의 선택’을 이해하게 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그런데 영화는 강이가 상처를 입은 채 공터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장면으로 훌쩍 건너뛴다. 감독은 “해당 장면은 촬영은 했지만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폭력 장면을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편집 과정에서 덜어냈다”며 “사건 자체보다는 10대 주인공 각자가 맞닥뜨리는 감정과 세밀한 변화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KTH상을,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새로운선택상’ 등을 수상했다. 15세 관람가.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가출#여고생#선택#최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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