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에 밀려 사라진 조선시대 카펫 ‘모담’ 실물 공개

이기욱 기자 입력 2021-08-23 14:08수정 2021-08-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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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구박물관 제공
조선시대 형조판서를 지낸 문신 조경(趙絅·1586~1669)의 초상화 속에는 관복을 갖춰 입고 앉아있는 그의 모습보다 이목을 사로잡는 게 있다. 바로 그의 발밑에 깔려있는 조선시대의 카펫 ‘모담’(毛毯)이다. 붉은색 배경에 하얀 꽃과 초록색 전통무늬가 형형색색 그려져 있다. 모담은 화려하면서도 초상과 조화를 이룬다.

‘실로 짠 그림-조선의 카펫, 모담’ 특별전이 10월 10일까지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털실과 면실을 엮어서 짠 모담은 직조할 때 가로실인 씨실에 색깔이 있는 실을 사용해 다양한 색채와 무늬를 표현했다. 하지만 모담은 국내에 현재까지 전해지는 실물이 거의 없었다. 17세기 이후 조선에 온돌이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18세기 무렵부터 바닥에 모담을 깔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 이번 전시에는 국립대구박물관이 국내 개인 수집가로부터 새로 구입한 모담 실물 10점과 관련 사진 자료 등 총 30여 점을 볼 수 있다.



조경 초상화가 위치한 전시실 중앙에는 조선 후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비와 박쥐 무늬 모담’이 있다. 이 모담은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던 국내에 남아있는 조선시대 모담이다. 소색(素色) 바탕의 모담 가운데 원 모양 전통무늬를 회색과 흑갈색으로 표현된 박쥐 다섯 마리가 둘러싸고 있고, 그 위아래로 회색, 흑갈색, 빨간색이 어우러진 나비 한 쌍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나비는 좋은 운수를, 박쥐는 복을 상징한다. 모담의 무늬를 통해 가정의 안녕을 기원했던 선조들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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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박쥐와 사슴무늬 모담’도 확인할 수 있다. 이것 역시 조선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소색 바탕으로 모담 중앙의 ‘卍’자를 사이에 두고 사슴과 박쥐 각각 한 쌍이 마주보고 있다. 사슴은 우애와 장수를 의미한다.

모담은 외교사절인 조선통신사를 통해 17세기에 일본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모담은 일본에서 ‘조선철’(朝鮮綴)이라고 불리며, 일본 3대 축제 중 하나로 교토에서 매년 7월 열리는 기온마쓰리에 사용되는 수레인 야마보코(山鉾)를 장식하는 데 사용됐다. ‘다섯 마리 학과 꽃무늬 모담’ 등 국립대구박물관이 새로 구입한 조선철 10점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19세기 제작된 다섯 마리 학과 꽃무늬 모담은 흙색 배경에 학이 모담의 중앙과 각 모서리에 위치해있고, 학들 사이에 적갈색 꽃무늬가 있다. 화초를 키우며 자연을 감상하던 조선 후기 선조들의 생활양식이 모담에 반영된 것. 민보라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18세기 이후 조선시대에서 모담 사용은 현저히 줄었지만 일본과 교류하면서 일본의 요청에 의해 제작해서 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남아있는 실물이 거의 없어 모담 연구는 활발히 이뤄질 수 없었다. 조선시대 모담은 문헌 자료나 일부 초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전부다. 그에 따라 제작년도 등 모담과 관련한 정보는 추정할 수밖에 없다. 민보라 학예연구사는 “모담의 무늬는 한국적인 소재이면서도 간결한 선과 색감, 면의 분할과 비례감 등이 현대의 디자인 감각과도 통한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잘 몰랐던 모담에 대해 많은 관심과 다양한 연구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무료. 053-768-6051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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