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구할 것 같지않은 존재가 인류 구하는… ‘더 나은 세상’에 늘 관심”

전채은 기자 입력 2021-08-23 03:00수정 2021-08-2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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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4년만에 첫 장편SF소설 ‘지구 끝의 온실’ 펴낸 김초엽
괴물질 ‘더스트’에 뒤덮인 지구, 특수한 식물이 구원하는 내용
팬데믹사태와도 닮은 디스토피아, 인간군상에서 발견된 희망 보여줘
“인류를 구할 것 같지 않은 존재가 인류를 구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소설가 김초엽(28·사진)은 20일 동아일보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 인터뷰에서 “인간에게 잘 포착되진 않지만 세계를 구성하는 너무 중요한 요소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청각장애가 있어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지 않으면 소통이 어려운 작가의 채팅 답변은 부드러우면서도 선명했다.

2017년 공상과학(SF) 단편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관내분실’로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한 그는 등단 4년 만에 첫 장편소설을 최근 펴냈다. 신작 ‘지구 끝의 온실’(자이언트북스)은 공기 중 떠다니며 살아있는 존재라면 무엇이든 순식간에 죽게 만드는 물질 ‘더스트’가 지구를 뒤덮은 시대를 특수한 식물이 구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느 날 박물관에서 ‘구원자 식물’ 전시가 열리는 장면을 상상하게 됐어요. 이 장면을 먼저 소설로 써 두고 ‘만약 수십 년 뒤 식물이 세상을 구했다면 그건 어떻게 일어난 일일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고 역추적 해본 결과가 이번 작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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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에서 다양한 SF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킨 그는 신작에서도 신비로운, 그러나 있을 법한 일들이 펼쳐지는 근미래로 초대한다. 더스트에 내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실험체 사냥꾼들에게 쫓기는 ‘나오미’ ‘아마라’ 자매와 살인과 약탈을 서슴지 않는 시대에 선량한 이들을 보호하려고 ‘프림 빌리지’를 세운 ‘지수’, 프림 빌리지 끄트머리에 세워진 온실에서 정체 모를 식물을 연구하는 식물학자 ‘레이첼’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김초엽은 “언젠가는 유리벽으로 막힌 어떤 공간에 한 사람이 갇혀 실험을 하고, 그 바깥의 사람들이 그 공간을 지키는 장면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에서 더스트의 시대는 디스토피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작가의 기존 단편들에 비해선 한층 밝아진 인상을 준다. 이전 작품들이 인간의 어리석음과 한계를 드러내는 데 그쳤다면 신작은 인간 군상에서 발견되는 희망을 보여주기 때문. 리더 지수는 옳은 일과 마을을 보존하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레이첼은 유능하지만 신체 대부분이 기계로 이뤄져 매번 보수를 해야 하는 처지. 결함을 안고 있는 인물들이 결국 일궈내는 ‘더 나은 세상’에서 독자들은 희망을 본다. 김초엽은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결함을 지닌 인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늘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작품 속 디스토피아는 현재의 팬데믹 사태와도 닮아 있다. 김초엽은 “재난 자체의 양상은 서로 다르지만 재난에 대응하는 인간의 마음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안전한 범위 안에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김초엽의 소설에는 여성이나 장애인처럼 작가 자신의 정체성이 반영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은 향후 작품에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과학도 100%의 완전한 진실이 아니라 언제나 실패와 오류의 여지를 남겨두는, 잠정적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이런 태도가 과학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소설가 김초엽#지구 끝의 온실#첫 장편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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