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지혜 목마른 MZ세대, 서점서 ‘오아시스’ 찾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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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 구매 비율 점차 증가
취업-이직-퇴사 관련 책 많이 찾아… 직장 초년생 겨냥 ‘사수가…’ 불티
효율적 업무처리-소통법 등 담아… 조기은퇴 소개한 에세이도 인기
단순 팁보다 저자 경험-통찰 중시

2년간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다 지난해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직장인 임모 씨(28)는 올 6월 출간된 자기계발서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알에이치코리아)를 최근 샀다. 직장 상사가 일을 가르쳐주기보다 실수를 다그치는 방식으로 자신을 대한다고 생각해서다. 임 씨는 “사수가 원망스럽지만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라는 책의 지적이 솔직히 뼈아팠다. 일터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준다는 문구를 보고 이 책을 덥석 집었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난관들에 대한 해법을 책에서 찾으려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늘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취업’ ‘이직’ ‘퇴사’를 키워드로 하는 직장생활 관련 도서의 26∼35세 구매 비율이 2017년 15.1%에서 2021년 상반기 24.9%로 크게 높아졌다. 종래에는 주로 간부급 직장인들이 현명한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 직장생활 관련 자기계발서를 찾던 것과 달라진 양상이다.

일을 막 배우기 시작한 주니어 직장인들을 겨냥한 신간 ‘사수가…’는 카카오의 콘텐츠 구독 플랫폼 ‘브런치’에 연재될 당시부터 5700여 명의 구독자를 모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자기계발 커뮤니티 ‘한달어스’의 공동 창업자인 저자 이진선 씨는 과거 웹디자인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터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법을 책에 담았다. 이를테면 “좋은 사수의 존재보다는 매일 조금이라도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이 직장생활에 더 큰 안정감을 준다”고 조언하는 식이다. 이정민 알에이치코리아 에디터는 “인터넷에서 이른바 ‘랜선 사수’를 찾아 헤맬 정도로 업무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젊은 직장인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바람을 타고 기존의 리더십이나 조직관리 관련 책보다는 많은 양의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법, 다른 부서원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법 등 저연차 실무자들에게 도움이 될 법한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베스트셀러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야마구치 슈와 일본 경쟁전략 전문가 구스노키 겐이 함께 쓴 ‘일을 잘한다는 것’(리더스북)은 올 초 출간됐지만 자기계발서 분야 베스트셀러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저자는 “업무역량은 기술(skill)이 아니라 감각(sense)에서 나온다”고 지적하고 넷플릭스, 어도비, 레고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의 ‘일 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평범한 직장인들이 일하는 감각을 기를 수 있는 팁을 제시한다.

2019년 출간된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더퀘스트) 역시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는 자기계발서다. 복잡한 일들을 단순하게 해결해 높은 성과를 내는 이들의 일 처리 노하우로 직장인들의 공감을 샀다. 출간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알라딘의 직장생활 자기계발 분야에서 18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정보기술(IT)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해지면서 일반직 종사자와 전문 개발자의 협업 노하우를 다룬 ‘오늘도 개발자가 안 된다고 말했다’(디지털북스)는 자격증 시험 문제집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컴퓨터/IT 분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직장 생활을 일찍 그만두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자 하는 MZ세대는 퇴사에 대한 조언까지 책에서 구하기도 한다. 올 4월 출간된 ‘서른살, 비트코인으로 퇴사합니다’(국일증권경제연구소)는 출간 직후 예스24의 종합 베스트셀러 20위권에 오르는 등 2030 직장인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퇴사를 주제로 한 에세이도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5월 출간된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푸른향기)는 직장인이었던 부부가 나란히 퇴사한 후 떠난 세계여행을 기록한 에세이다. 직장생활과 퇴사에 대한 MZ 세대의 고민을 다루고 있다. 마흔에 은퇴한 부부가 지난달 펴낸 에세이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한겨레출판사)는 조기 은퇴를 위한 계획과 방법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강현정 예스24 자기계발 MD는 “직장에서의 불안은 온라인 검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단편적인 답변만으로 해소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긴 시간에 걸친 저자의 경험과 통찰이 담긴 책을 독자들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직장생활#지혜#서점#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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