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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땅으로 꺼진 내집, 솟아난 생존 본능

입력 2021-08-09 03:00업데이트 2021-08-0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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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균 열연 영화 ‘싱크홀’ 11일 개봉
‘영끌’해서 장만한 집과 함께 싱크홀에 빠진 평범한 사람들
극한 상황서 영웅적 기질 발휘, 코믹한 모습에 반전 폭소도
金 “한겨울 수조 세트서 촬영…버텨낸 성취감에 훈장 같은 작품”
11일 개봉하는 영화 ‘싱크홀’에서 주인공이 거주하는 청운빌라가 500m 깊이의 싱크홀에 빠진 장면. 싱크홀 내부에서의 촬영을 위해 대규모 암벽 세트를 제작했다. 쇼박스 제공
월급에서 떼어낸 티끌만 한 돈과 은행 대출금까지 ‘영끌’해 상경 11년 만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회사원 동원(김성균). 그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싱크홀’의 어떤 캐릭터보다 현실적이다. 아파트 매물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을 매일 확인하고 집을 산 지인들에게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즘이라 특히 그렇다.

그런데 어렵사리 장만한 내 집이 땅속으로 꺼진다면? 싱크홀은 이런 상상에서 시작했다. 초고층 빌딩의 화재를 다룬 ‘타워’의 김지훈 감독이 이번에는 싱크홀이라는 도심형 재난을 다뤘다. 동원과 함께 싱크홀에 빠진 이들은 빌라 주민 만수(차승원)와 동원의 집들이에 왔다가 뻗어버린 회사동료 김 대리(이광수), 인턴 은주(김혜준)다. 만수는 헬스장과 사진관 아르바이트로도 부족해 대리기사까지 ‘스리 잡’을 뛰는 싱글대디. 김 대리는 “집은커녕 차도 없다”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원룸에서 자취하는 은주의 바람은 회사에서 명절 선물을 받아보는 것. 평범한 네 사람은 자신 안의 가장 영웅적인 기질을 발휘해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는다.

영화 ‘싱크홀’에서 상경 11년 만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평범한 회사원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인 동원을 연기한 배우 김성균. 쇼박스 제공
싱크홀에서 평범한 회사원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를 연기한 주연배우 김성균(41)을 4일 화상으로 만났다. 김성균도 동원처럼 어렵게 서울에 집을 마련했기에 집을 잃은 동원의 상실감에 공감했단다. 그는 “영화 중 ‘상경한 지 11년 만에 집을 샀네. 방이 세 개야!’라는 동원의 대사가 있다. 반지하에 살다 처음 서울에 보금자리를 마련했을 때의 내 기분도 동원과 같았다. 장판, 벽지공사도 안 끝난 집에 이불과 베개를 들고 매일 혼자 찾아가 맥주 한잔을 하고 잤다. 바라만 봐도 좋았다”고 말했다. 동원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그래서 그와도 닮은 구석이 있는 인물이기에 “평범한 회사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시민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집들이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얼큰하게 취해가는 이들의 모습과 함께 관객들의 긴장도 슬슬 풀릴 무렵 기울어진 바닥, 금이 간 기둥으로 불길한 전조를 보이던 빌라는 캄캄한 구멍 아래로 갑자기 추락한다.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데는 현실감 넘치는 세트가 한몫했다. 제작진은 500m 깊이의 싱크홀을 표현하고자 암벽세트를 제작했고, 장마로 물이 차오르는 장면을 담기 위해 스튜디오에 빌라 옥상이 포함된 수조 세트를 만들었다. 김성균은 “수조 안은 찬물로 차 있었고 밖으로 나와도 옷이 젖어있었다. 겨울에 촬영해서 정말 추웠다”며 “촬영 기간 내내 국밥만 먹었다. 갈비탕처럼 기름지고 뜨거운 걸 먹어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싱크홀은 육체적으로 제일 힘들었던 영화다. ‘이걸 버텼다’는 성취감이 있기에 제겐 훈장 같은 영화”라고 했다.

싱크홀은 여느 재난영화처럼 심각하고 급박하게만 흘러가진 않는다. 생사를 오가는 순간 배우들은 코믹스러운 모습으로 반전의 폭소를 안긴다. 사선을 넘나드는 와중에도 눈이 맞은 김 대리와 인턴사원 은주는 배터리가 2% 남은 휴대전화로 음악을 들을지 셀카를 찍을지 고민한다. 티격태격하던 동원과 만수는 벽이 무너져 내린 방에 앉아 소주를 병째 마시며 흉금을 터놓는다. 김성균은 “현장에서 흙 먹고 물 맞으며 자연스레 동지가 됐다”고 했다.

“차승원 선배님이 매일 촬영이 끝나고 맥주 한잔 하는 자리를 마련하셨어요. 흙구덩이에서 구른 몸을 숙소에서 따뜻한 물로 씻고 가게에 모였죠. (촬영지였던) 인천 근방 호프집에서 국물 떡볶이와 튀김 안주에 맥주를 기울이던 그 시간이 그립네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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