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서점 부도에 중소출판사 울상 왜?

전채은 기자 입력 2021-06-23 03:00수정 2021-06-2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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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서울 지점 3곳 폐업
중소출판사 주요 마케팅 공간 사라져
독자들 오프라인 서점 접하지 못해
베스트셀러 위주 도서로 양극화 우려
셔터가 내려진 서울 서초구 반디앤루니스 신세계강남점 앞에서 22일 시민들이 폐점 안내문을 읽고 있다. 반디앤루니스를 운영하는 서울문고는 16일 부도 처리됐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반디앤루니스 롯데스타시티점. 한 20대 커플이 굳게 닫힌 서점 문 앞에서 ‘16일부터 한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고 있었다.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근처에 사는 윤모 씨(24)는 “가까운 대형서점이 이곳밖에 없어 책을 둘러보고 싶을 때 늘 오던 서점이었다”며 “새 책을 한꺼번에 구경하기에는 오프라인 서점이 온라인보다 편리하다”며 아쉬워했다.

교보·영풍문고와 더불어 3대 대형서점이던 반디앤루니스를 운영한 서울문고가 16일 부도 처리된 데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디앤루니스가 자리 잡은 지역에 이를 대체할 만한 오프라인 서점이 마땅치 않은 데다 중소 출판사의 마케팅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번에 문을 닫은 반디앤루니스 지점은 롯데스타시티점, 신세계강남점, 목동점 등 3곳이다. 이 중 목동점을 제외한 나머지 2곳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이를 대신할 서점이 없다. 특히 고속터미널역 근처에 있는 신세계강남점 폐점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접근성이 좋은 이곳은 여행객의 쉼터나 만남의 장소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직장인 박모 씨(30·여)는 “퇴근길에 들르면 여행객뿐 아니라 노인들도 책을 구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의 불편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계 전반에도 악재다. 온라인 도서시장이 급성장했지만, 대형 오프라인 서점은 여전히 출판사들이 신간을 선보이는 주요 통로로 기능해 왔다. 모바일로 책을 읽는 독자가 늘고 있지만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책을 살펴보기는 한계가 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수십∼수백 권의 책을 볼 수 있는 경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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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서점이 문을 닫으면 대형 출판사가 마케팅하는 책이나 베스트셀러 위주로 도서 시장이 양극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본력이 풍부한 대형 출판사들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해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갖고 있지만 소규모 출판사들은 그렇지 못해서다. 오프라인 서점을 찾지 못하는 독자들은 한 번이라도 들어본 책이나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위주로 사기 쉽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에 신간을 한 권이라도 더 노출시켜야 하는 중소 출판사들이 반디앤루니스와의 거래를 신속히 끊지 못해 손해를 많이 입었다”며 “대형 출판사는 책을 미리 빼거나 거래 조건을 유리하게 바꿔 위험을 줄였다”고 말했다.

중소 출판사들의 마케팅 부담은 출판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오프라인 서점이 사라지면 출판사들이 콘텐츠 생산에 쏟아야 하는 노력을 마케팅으로 돌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독자 입장에서도 손해”라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반디앤루니스#부도#중소출판사#마케팅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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