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말 안 듣는 아이에게 통하는 대화법

김태언 기자 입력 2021-01-23 03:00수정 2021-01-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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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읽는 말/로런스 앨리슨,에밀리 앨리슨 지음·김두완 옮김/344쪽·1만6000원·흐름출판
2007년 이라크전쟁 당시 이라크 바스라의 한 취조실. 영국군 위장 작업복을 입은 군인 두 명이 반란 혐의자 앞에 섰다. 신문을 맡은 군인들이 침을 뱉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넌 망했다. 네 태도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해. 이 망할 살인마. 너희 중 한 녀석은 목이 매달릴 거야. 누가 될까, 너일까?”

영국 신문 가디언은 바스라 취조실의 대화 장면을 입수해 보도했다. 그런데 신문자들은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했거나, 간신히 확보한 정보도 대부분 완벽한 거짓말이었음이 결국 드러났다.

저자는 정신적·신체적 압박과 고문은 정보를 얻는 데 전혀 효과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따뜻한 차를 내밀며 회유하는 것도 설득력이 있진 않았다. 상대를 속여 말하고 싶지 않은 속내를 끌어내는 ‘거짓 소통’은 오래가지 못했다.

20여 년 동안 살인, 강간, 아동 성착취, 테러리즘 등을 연구한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한 건 ‘라포르’(관계 맺기)다. 그렇다면 라포르를 잘 맺는 건 타고난 사교적인 성격에 힘입은 걸까. 아니다. 저자들은 라포르를 형성하는 요소인 솔직함과 공감, 자율성, 복기를 이해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 중 상대방에게 들은 키워드나 감정을 되짚는 복기는 대화의 주도권을 잡는 강력한 방법이기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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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대화의 상황이 똑같진 않은 법. 이때 이른바 ‘애니멀 서클’을 이용해 나와 타인의 성향을 파악하고 경우에 맞게 라포르를 형성해야 한다. 저자는 이해하기 쉽도록 인간의 주요 의사소통 방식인 대립, 순응, 통제, 협력을 이를 상징하는 동물에 대입해 도식화했다.

자칫 소재가 뻔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풍부한 실제 사례로 강력 범죄자뿐 아니라 직장 상사, 말 안 듣는 아이 등에게도 통하는 대화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우리는 종종 아무 잘못 없는 냄비를 두드리고 한숨을 쉬면서 ‘독박 가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다. 가족들은 청소를 돕더라도 형식적인 도움에 그칠 때가 적지 않다. 이때 어떻게 하면 갈등 없이 직설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지 이 책이 알려줄 것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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