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노르웨이까지… 아리랑 위해 의기투합”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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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8집’ 음악감독 나윤선
‘가장 슬픈 아리랑’ 앨범 제안에 ‘코로나 한배’ 탄 음악가들 공감
노르웨이 트럼펫과 한국 거문고 등 해외 음악가-국악인 6곡 원격 합작
화려한 비트 자제한 ‘청각적 풍경’… 집안에서 편안한 배경음악 ‘좋아요’

아리랑을 재해석한 음반 제작을 총지휘한 재즈 보컬 나윤선. 세계적 입지와 인맥을 통해 아리랑을 매개로 국내외 음악가의 만남을 주선한 그는 14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글로벌 음반사 워너뮤직에서 내는 자신의 두 번째 정규 앨범(통산 11집) 작업을 위해서다. 엔플러그·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제공
아리랑을 재해석한 음반 제작을 총지휘한 재즈 보컬 나윤선. 세계적 입지와 인맥을 통해 아리랑을 매개로 국내외 음악가의 만남을 주선한 그는 14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글로벌 음반사 워너뮤직에서 내는 자신의 두 번째 정규 앨범(통산 11집) 작업을 위해서다. 엔플러그·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제공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아리랑 앨범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어요. 국내외 음악가들이 모두 크게 공감하더군요. 그러고 보면 전 세계 음악가들이 이렇게 한배에 함께 타본 적도 없지 않습니까.”(재즈 보컬 겸 음악감독 나윤선)

여기서 ‘한배’란 코로나19로 인해 삶의 터전, 예술의 터전을 상실한 아픔을 가리킨다. 그 애절함을 스피커로 가감 없이 쏟아내는 음반이 나온다. 최근 국내외 주요 음원 플랫폼에 디지털로 먼저 공개한 앨범 ‘ARIRANG, The Name of Korean vol.8’이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노르웨이의 음악가들이 우리 국악인들과 원격으로 합작한 6개의 신곡을 담았다.

이 음반의 음악감독을 맡은 나윤선 씨를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나 씨는 “내가 아는 프랑스 음악가 친구들은 거의 다 확진이 됐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섭외 과정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가 겪는 아픔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이번이 8집이 되는 ‘ARIRANG…’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기획해 2009년 1집을 낸 음반 시리즈다. 그간 리 릿나워, 리얼그룹, 유키 구라모토, 이 무지치, 유리 호닝 등 다양한 나라와 장르의 음악가가 아리랑을 재해석했다.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두 차례나 받고 세계 유수의 재즈 페스티벌을 누빈 나 씨는 음악감독 제안을 받자마자 자신의 ‘글로벌 핫라인’을 가동했다. “마티아스, 아리랑 알지?” “미켈레, 한국 소리꾼과 협업 어때?”…. 트럼페터 마티아스 에이크(노르웨이)는 허윤정의 거문고, 타악주자 미켈레 라비아(이탈리아)는 김보라의 구음(口音), 아코디어니스트 뱅상 페라니(프랑스)는 김율희의 소리, 색소포니스트 앤디 셰파드(영국)는 박경소의 가야금과 융합했다.

“물리적 거리에 코로나19까지…. 직접 만날 수 없잖아요. 한국 연주자가 짓고 연주해 녹음한 기본 곡조를 e메일로 보내고, 해외 연주자는 거기에 맞춰 녹음한 작업으로 답장하는 식의 작업을 반복해 완성본에 다가갔어요.”

그간 신선한 아카펠라, 경쾌한 스윙 재즈로 새 옷을 입은 ‘ARIRANG…’이 이번에는 허위허위 고개를 넘듯 애조 띤 모습으로 돌아왔다. 화려한 비트나 분산화음을 자제했다. 호흡의 속도, 공백의 미학을 앞세웠다. 그래서 옛 수묵화 속 안개 낀 강산을 보는 듯한 ‘청각적 풍경’을 그려냈다.

이아람(대금)과 조스 미에니엘(프랑스·플루트)이 함께한 ‘Bukcheong Arirang’은 우랄산맥도 무색하게 하는 관악기의 이색 조화. 듀오 ‘첼로가야금’이 스위스의 트롬본(새뮤얼 블레이저)과 어우러진 ‘Arirang-19’는 세계인이 함께 넘어야 할 전염병의 고개를 진도아리랑을 응용해 표현한다.

“저 역시 지난해 20여 개의 해외 공연 일정이 취소되며 무력감을 느낀 나날도 있었어요. 이번 ‘ARIRANG…’ 음반은 집 안 생활에서 편안한 배경음악으로 들어주셔도 좋습니다. 집중해서 들으면 영화 한 편 감상하는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을 거예요.”

유튜브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채널에서 8집을 포함해 ‘ARIRANG…’ 시리즈의 거의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400장 제작돼 14일 나오는 CD는 한국문화원 등 국내외 기관에 무료 배포된다. 일반 음악 팬은 재단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의 이벤트에 응모하면 무료 증정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아리랑#한국#노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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