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세 드립니다” 웹소설 열풍에 작가 ‘헤드헌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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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전문기업 ‘CP’의 세계
‘문피아’ 등에 글 올리던 작가에 “네이버-카카오에 연재 해보라”
작품 방향-캐릭터 등 함께 논의
연예계 매니지먼트 사업처럼 대형 플랫폼 진출땐 수익도 나눠

①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조회수 1억 회를 기록한 뒤 웹툰이 성공하고 영화화까지 진행되며 웹소설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②‘하렘의 남자들’은 1500만 회, ③‘재혼황후’는 70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각 업체 제공
①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조회수 1억 회를 기록한 뒤 웹툰이 성공하고 영화화까지 진행되며 웹소설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②‘하렘의 남자들’은 1500만 회, ③‘재혼황후’는 70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각 업체 제공
“다음 작품은 네이버시리즈나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하시는 게 어때요? 선인세도 드릴 수 있습니다.”

한 웹소설 작가는 최근 어떤 콘텐츠기업(CP)으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다. 문피아 같이 작가가 직접 소설을 올릴 수 있는 ‘1차 플랫폼’에 주로 연재하던 그에게 특정 작가만 연재할 수 있는 ‘2차 플랫폼’에 글을 올리자는 ‘헤드 헌팅’이 들어온 것. 이 작가는 “웹소설이 인기지만 여전히 스타 작가를 제외하곤 처우가 좋지 않다”며 “플랫폼을 옮기면 몸값이 뛰는 경우가 많아 고민이다”라고 했다.

13일 KT가 콘텐츠 전문 자회사 스토리위즈를 통해 웹소설 등에 1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보기술(IT) 공룡들의 웹소설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는 10여 년 전부터 2차 플랫폼을 키워 국내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문피아와 함께 3대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웹소설 업계 2차 플랫폼에 뛰어드는 IT기업들은 CP를 통해 엄선된 작가들을 공급받으려 한다.

CP는 작가와 플랫폼의 가교 역할을 한다. 웹소설 시장이 커지면서 출판사들이 새로 CP부서를 만들거나 장르소설, 라이트노벨 출판사들이 CP로 업종을 바꿨다. 기획에 능한 광고업계 종사자들이 웹소설 시장을 유망하게 보고 CP를 차린 경우도 있다.

특히 인기 웹소설이 다양한 장르로 재생산되면서 원천소스인 작가 섭외에 열을 올린다. 누적 조회 수 1억 회를 기록한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이 웹툰으로 성공하고 영화화까지 진행되면서 좋은 작가를 섭외하면 무궁무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한 웹소설 업계 관계자는 “CP는 작가와 함께 스토리라인을 짜고 캐릭터 성격까지 설정하는 경우도 많다”며 “작가와 CP는 보통 7 대 3으로 수익을 나눈다”고 말했다.

CP는 1차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거나, 눈여겨보던 작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일을 기획의 우선순위로 삼는다. 작가들의 대학 같은 과 선후배나 지인을 통해 의사를 타진하거나 직접 e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제대로 된 작품을 기획해서 2차 플랫폼에 진입하자”는 CP의 제안을 작가가 받아들이면 일러스트레이터를 섭외하고 작품 제목을 지은 뒤 2차 플랫폼과 접촉한다. 2차 플랫폼 측과 작가 사이에서 고료와 연재시기를 조율하며 작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매니지먼트 역할도 한다.

10여 년 전 웹소설 초창기에는 전문 CP가 부족해 1차 플랫폼 측에서 작가에게 직접 연락해 글을 쓰게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엔 대부분의 계약이 CP를 통해 이뤄진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1차 플랫폼에서 활동하던 작가와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작가들이 어떤 작품을 연재하고 싶은지”라며 “작가들이 (2차 플랫폼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1차 플랫폼은 다양한 작가를 키워내고 2차 플랫폼은 전체 웹소설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웹소설 업계 관계자는 “1차 플랫폼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들이 2차 플랫폼에 진입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일이 늘고 있다”며 “CP를 통하든 직접 2차 플랫폼에 연락을 취하든 결과적으로 작품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웹소설 열풍#헤드 헌팅#스토리위즈#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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