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척교회, 새 랜선예배를 개척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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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동예배 보는 인천-부천 목사 3인 “교회는 고인 물 아닌 흐르는 물 돼야”

6일 온라인 공동 예배를 준비하는 이음교회 이태훈, 153예인교회 최종철, 기쁨의교회 정신일 목사(왼쪽부터). 세 목회자는 “한국 교회가 잘못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고 있다”며 “작은 교회도 변화할 테니 특히 ‘동네 목사’를 미워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6일 온라인 공동 예배를 준비하는 이음교회 이태훈, 153예인교회 최종철, 기쁨의교회 정신일 목사(왼쪽부터). 세 목회자는 “한국 교회가 잘못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고 있다”며 “작은 교회도 변화할 테니 특히 ‘동네 목사’를 미워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6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지하상가에 있는 이음교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자들의 발길이 잦아든 이곳에 이음교회 이태훈 목사(40)와 인근 153예인교회 최종철 목사(50), 기쁨의교회 정신일 목사(51)가 모였다. 세 교회는 올 8월부터 온라인 공동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최 목사가 설교를 기획하고 막내격인 이 목사가 촬영과 음향을, 개신교계 출판사를 오래 운영해 온 정 목사가 영상 편집을 담당한다. 설교는 세 목회자가 돌아가며 맡고 있다. 코로나19로 세 교회의 출석 신자는 모두 합해도 50명을 겨우 넘길 정도로 절체절명의 위기다. 소속 교단도 다른 작은 교회 세 목회자의 분투기를 들어 봤다.

―어떻게 온라인 공동 예배를 시작했나.

최종철=세 교회가 차로 10∼15분 거리에 있다. 같은 동네의 작은 개척교회라는 공통점이 있어 평소 주일(일요일) 설교를 부탁할 정도로 유대감을 쌓은 게 밑거름이 됐다.

이태훈=모두 힘든데 예배를 같이 보면 어떻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온라인 예배를 하는데 힘을 합해 괜찮은 수준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정신일=촬영에 서너 시간, 편집까지 감안하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 그런데 준비하면서 동병상련의 처지라 내가 힐링(치유)이 됐다(웃음).

―신자들 반응은 어떤가.

=작은 시도인데 주변 목회자는 물론이고 교단에서 어떻게 동영상을 찍고 편집하느냐 같은 문의가 적지 않았다.

=출판사 경험 때문에 편집을 맡고 있는데 온라인 예배를 준비하면서 영상을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신자들이 다른 교회 목사님 설교를 보면서 신선했다며 더 좋아한다. ‘우리 교회’라는 생각은 목회자들의 착각일지 모른다.

―코로나19가 교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저부터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고,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신앙적 각성이 들었다. 성경의 신앙대로 살아가는 것을 배우게 된 것 같다. 코로나19로 대면이 어려워지면서 각종 교제가 사라진 것이 너무 아쉽다.

=많은 신자가 교회 건물 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신앙의 관점에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시 보게 됐다. 아쉽지만 젊은 분들이 교회를 많이 떠났다. 사실 교회 청년들은 영성적인 충전 없이 일만 하는 등 희생이 컸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어려웠지만, 이번 사태로 작은 교회들이 쓸려나갔다. 지금은 목회자나 신자 모두에게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광야시대가 아닌가 싶다.

―코로나19 이후를 어떻게 전망하나.

=운영하고 있는 개신교 출판사 매출의 80∼90%가 사라졌다. 이 위기와 진통 속에서도 긍정의 희망을 보고 있다. 신자 수는 줄어들지 몰라도 남은 분들은 더 믿음을 갈구할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초대교회를 포함해 개척교회가 쉽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교회가 참 미안합니다’라는 포스터를 붙여놨더니, 누군가 거기에 ‘교회가 미안해하세요’라고 써 놨다. 사회는 논란이 되고 있는 전광훈 목사의 교회와 다른 교회들을 구분하지 않는다. 교회가 교회답게, 목사가 목사답게 되라는 게 세상 사람들의 뜻인 것 같다.

=한국 교회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항상 변화의 선두에 서 있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부정적인 모습이 더 많았다. 교회는 고인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이 되어야 살아갈 수 있다. 교회는 계속 흘러가야 한다.

=인천시가 운영하는 희망일자리 일을 하면서 신자들의 삶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그분들이 원하는 목회자는 위대한 모세가 아니라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동네 목사였다.

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개척교회#랜선예배#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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