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방인 시선으로 본 ‘코로나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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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의 나날들/안드레스 솔라노 지음·이수정 옮김/184쪽·1만3000원·시공사

깨끗한 가을 하늘이 펼쳐지는 날들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공포는 여전하다. 마스크를 끼고 손을 씻으며 매일 아침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것 외엔 별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모든 상황이 처음인 날들을 세계가 함께 지나고 있다.

저자는 코로나19 속 서울의 일상을 느린 호흡으로 기록한다. 그 누구도 향방을 예측할 수 없는 신종 바이러스 아래, 암흑을 손으로 더듬어가듯 매일을 관찰했다.

그 속에는 일상이 낱낱이 공개됐던 슈퍼 전파자, 신천지 집단감염 등 벌써 오래전 일처럼 느껴지는 사건도 등장한다. 적응할 새 없이 잇따라 벌어지는 각종 사건 속에 하루 이틀 정도의 대화 소재가 돼 넘어갔던 일들이 다시 소환되는 것이다.

담담한 문장 사이에서 드러나는 건 터무니없는 인간사의 단면이다. 코로나19의 첫 사망자는 20년 넘게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1957년생 남성.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던 그의 체중은 42kg이었다. 통계와 공식 발표에는 전달되지 않는 ‘벌거벗은 유인원’, 인간의 모습이 생생히 살아난다. 그는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나타난 이유는 인간도 한낱 동물임을 상기시켜 주기 위해서”라고 쓴다.

콜롬비아 보고타 출신인 저자는 현재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한국에서의 삶을 그린 ‘한국에 삽니다’로 2016년 콜롬비아 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는 33세이던 2010년 영국 문학지 그랜타가 ‘스페인어권 최고의 젊은 작가 22인’에 선정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열병의 나날들#안드레스 솔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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