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여성의 적은 여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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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하면 문자해/케일린 셰이퍼 지음·한진영 옮김/332쪽·1만6800원·반니

‘여자들의 우정은 얄팍하다. 애인이 생기면 친구는 내팽개친다. 여자 상사가 여자를 더 괴롭힌다.’

여성의 우정은 오랫동안 이런 오해를 받아왔다. 남자의 우정이 과도할 만큼 미화된 것과 비교된다. 하지만 실제 그럴까.

이 책은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관계, 특히 여성의 우정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폈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문헌과 영화, 드라마에 나타난 여성의 우정을 살피고 저자 자신의 솔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의 연대와 우정의 특별한 면모를 밝힌다.

10대 여자 아이들의 우정은 쉽게 폄하돼왔다. ‘여왕벌’로 불리는 중심인물 주변에 공전(公轉)하는 아이들이 서로를 은근히 배제하고 따돌리며 ‘못되게’ 군다는 편견이다. 저자도 무리에서 축출되고 무시당한 학창시절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여자의 우정이라고 규정할 순 없다. 그저 10대 특유의 미성숙한 집단사고일 뿐이다. 게다가 ‘못된 여자애’라는 인식은 1990년대 활발해진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반발로 생겼다는 견해도 있다. 편견과 낙인보다 여자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정서적, 교육적 문제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지점이다.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성향을 타고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여자친구들끼리 만났다가 헤어질 때면 으레 “도착하면 문자 해”라고 한다. 연대감의 표명이다. 혼자 남을 때의 불안을 공유하고 서로가 연결돼 있음을 인지시켜주는 말이다. 상대가 혼자가 아님을, 필요할 때 누군가 있음을 일러주는 말. “조심히 들어가”로 끝나는 남자들의 대화에서는 찾을 수 없는 세심함이다.

저자는 “진정한 친구는 동화 속 사랑 만큼이나 만나기 어려운 황홀한 존재”라고 말한다. 여성들의 관계에 얽힌 다양한 사례를 풀어내면서 다른 인간관계에 비해 중요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온 여성들 우정의 참모습을 흥미롭게 알려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집에 도착하면 문자해#케일린 셰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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