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종 2단 “상대 압도하는 이세돌 스타일 닮고 싶어”

서정보 기자 입력 2020-08-18 03:00수정 2020-08-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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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랭킹 150위 문민종 2단, 20세 이하 세계대회 깜짝 우승
국내 바둑계 신예 돌풍에 기대감… “인공지능 추천 수 척척 둬 놀라”
이달 초 글로비스배에서 쟁쟁한 중국 기사들을 물리치고 깜짝 우승하며 한국 바둑계의 기대주로 떠오른 문민종 2단. 한국기원 제공
최근 국내 바둑계가 ‘이세돌급’ 신예 기사의 깜짝 등장에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주인공은 만 17세의 문민종 2단.

그는 이달 초 ‘제7회 글로비스배 세계바둑 U-20’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글로비스배는 만 20세 이하 기사를 대상으로 하지만 참가 기사들의 실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국내 랭킹 1위인 신진서 9단조차도 6번 출전해 1번밖에 우승하지 못했을 정도다. 문 2단이 꺾은 리웨이칭(李維淸·결승) 랴오위안허(廖元赫·준결승) 셰커(謝科·8강전) 8단은 각각 중국 랭킹 13위, 22위, 16위의 정예 기사들이다. 중국 바둑계에선 국내 랭킹 1위인 신진서 9단(20)의 대항마로 생각했던 자국 기사들이 한국 랭킹 150위의 무명 기사에게 줄줄이 패하자 깜짝 놀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 2단은 “평소 실력만 발휘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대회 전 그들의 기보를 보며 차분히 준비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바둑계에선 문 2단에 대해 랭킹은 낮아도 ‘진흙 속의 진주’로 평가하고 있었다. 만 여덟 살 때 바둑돌을 처음 손에 잡은 그는 2017년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입단한 뒤 지난해 제7기 하찬석 국수배 영재바둑대회에서 처음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한국기원의 청소년 국가대표팀 리그(8명)에서 최근 우승하며 다음 시즌에는 국가대표팀으로 승격한다. 올해 전적은 23승 10패. 특히 이달에는 8승 1패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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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 9단은 “문 2단의 바둑을 인공지능으로 검토해 보면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수(블루 서클)를 척척 둬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며 “문 2단처럼 숨겨진 젊은 진주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을 위한 대회를 많이 만들어 밖으로 꺼내는 것이 한국 바둑계의 과제”라고 말했다.

글로비스배 우승 이후 한게임 타이젬 등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선 중국 기사들이 앞다퉈 문 2단에게 대국 신청을 하고 있다. 문 2단은 10판에 8판꼴로 이기고 있어 글로비스배 우승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문 2단은 이세돌 9단과 비슷한 기풍을 갖고 있는 것으로 꼽힌다. 정확한 수읽기와 막강한 전투력으로 상대를 KO시키거나 대역전을 일궈내는 경우가 많다. 남들이 예상 못 하는 승부의 급소를 잘 찾아내는 것도 이 9단을 닮았다. 문 2단도 가장 좋아하는 기사로 이 9단을 꼽는다.

“이세돌 사범님 바둑을 보면 저랑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이 사범님의 승부 호흡은 앞에 앉아 있는 상대를 압도하는 느낌이 듭니다. 저도 그런 느낌을 주는 기사가 되고 싶어요.”

바둑계에선 박정환(27) 신진서 9단처럼 1인자의 계보를 이을 유력한 후보로 문 2단을 꼽고 있다. 그는 두 기사와 비교할 때 어느 수준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부족한 것밖에 없다. 지금은 두 사범님을 넘어선다기보단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올해 안에 세계대회 본선 진출이 목표이고, 나중엔 당연히 세계대회 우승을 하고 싶다”며 “무엇보다 바둑 팬들의 뇌리에 또렷이 남는 기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한국바둑#바둑계 신예#문민종 2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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