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풍자 고민하다가…” 기안84, 여혐 논란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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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8월 1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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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기안84(36·김희민)는 13일 여성 혐오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안84는 13일 웹툰 ‘복학왕’ 속 여혐 논란을 일으킨 장면을 수정하면서 말미에 사과문을 함께 올렸다.

기안84는 4일과 11일 각각 게재한 ‘복학왕’ 광어인간 1·2화에서 무능한 여성인 주인공 봉지은이 남성 상사와의 성관계로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다고 비춰질 수 있는 장면을 그려 일각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특히 봉지은이 마지막 회식 자리에서 배 위에 조개를 올려놓고 깨부수는 장면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기안84는 해당 장면을 그린 이유에 대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을 것을 얻는 모습을 식당 의자를 제끼고 봉지은이 물에 떠있는 수달로 겹쳐지게 표현해보자고 했는데, 이 장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캐릭터가 귀여움이나 상사와 연애해서 취직한다는 내용도 독자 분들의 지적을 살펴보고 대사와 그림도 추가 수정했다”며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봉지은의 생존 전략은... 애교?!”
‘복학왕’ 광어인간 1·2화에서 대기업 아쿠아리움 사업부 인턴으로 들어간 봉지은은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를 누르는 등 무능한 모습을 보인다. 웹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봉지은의 생존 전략은... 애교?!’ 등의 문장도 들어간다.

마지막 회식자리에서 봉지은은 배 위에 얹은 조개를 깨부순다. 이후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이나 스펙, 노력 같은 레벨의 것이 아닌… 그녀의 세포 자체가 업무를 원하고 있었다’는 문장이 나온다.

결국 봉지은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일각에선 봉지은이 배 위의 조개를 깨부수는 장면이 성관계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봉지은과 남성 상사가 사귀게 된다는 설정이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누리꾼들은 이 같은 내용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여성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표현의 자유라는 의견도 있었다.

“연재 중단해야” VS “불편러”
웹툰을 비판하는 이들은 연재 중지를 요구했다.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관련 청원은 7만5000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얻었다.

청원자는 “안녕하세요. 평소에 (기안84의) 웹툰을 즐겨보고 관심 있게 보는 학생”이라며 “주인공 여자가 본인보다 나이가 20살이나 많은 대기업 팀장과 성관계를 하여 대기업에 입사한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을 (기안84가) 희화화하며 그린 장면을 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름도 꽤나 알려진 작가이고, 웹툰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인기 있는 작가”라며 “인기가 있는 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이 볼 것이라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부터 논란이 꾸준히 있었던 작가이고, 이번 회차는 그 논란을 뛰어넘을 만큼 심각하다고 생각이 들어 청원 게시판에 올리게 되었다”며 “부디 웹툰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의식을 가지고 웹툰을 그렸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이들은 기안84가 출연하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하차할 것을 요구했다.

시청자 김** 씨는 “논란이 별 거 아닌 듯 웃음으로 넘기며 ‘순수해서 그렇다’, ‘어리숙해서 그렇다’고 하면서 오프닝을 시작할 모습이 예상돼 너무 화가 난다”며 “당장 하차시키라”고 주장했다.

시청자 주** 씨는 “평소에 논란이 끊이질 않더니. 이번 기회에 안 봤으면 좋겠다”며 “제발 하차 바란다”고 했다.

반면, 기안84를 감싼 이들도 있었다.

시청자 신** 씨는 기안84를 비판하는 이들을 ‘불편러’라고 지칭하며 “무한도전도 망하게 하더니, 나 혼자 산다도 망하게 하고 싶냐”고 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기안84 사과 전문
안녕하세요. 기안84입니다.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회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을 것을 얻는 모습을 식당 의자를 제끼고 봉지은이 물에 떠 있는 수달로 겹쳐지게 표현해보자고 했는데 이 장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또 캐릭터가 귀여움이나 상사와 연애해서 취직한다는 내용도 독자분들의 지적을 살펴보고 대사와 그림도 추가 수정하였습니다.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원고 내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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