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전 커피는 ‘유죄’…인류의 역사를 바꾼 6가지 음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4일 1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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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6가지 음료
톰 스탠디지 지음·김정수 옮김
324쪽·1만6800원·캐피털북스

‘10억 시간 전 인류가 지구에 등장했고, 10억 분 전 기독교가 등장했고, 10억 초 전 비틀즈가 음악을 다시 썼고, 10억 병 전의 콜라, 어제 아침에 마셨다.’

코카콜라의 전설적인 최고경영자(CEO)였던 로베르토 고이주에타의 말이다. 톡 쏘는 맛과 특유의 병 디자인으로 유명한 코카콜라는 청량음료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 지금은 과장처럼 들리지만 냉전시기 코카콜라는 풍요로운 미국식 자본주의와 자유의 상징이었다.

코카콜라의 전설이 쉽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코카콜라는 1911년 성적인 범죄를 충동질하는 카페인 성분이 들어 있고, 특히 이 성분이 아이들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섰다. 법원은 회사 측 손을 들어줬지만 법정 밖에서 카페인 분량을 반으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아이들이 광고에 등장하지 않도록 약속한 정책은 1986년까지 유지됐다. 1930년대는 금주법(禁酒法)의 종언, 대공황, 경쟁자인 펩시콜라의 도전에 맞서야 했다. 미국이 세계 각지로 병력을 파병하자 코카콜라도 그들을 따라갔다. 콜라의 맛과 시설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기술감독관으로 대우를 받았고 ‘코카콜라 대령’으로 불렸다.

책은 코카콜라의 마케팅 신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코카콜라가 커피에 버금가는 지배적 음료로 자리 잡기까지 역사, 문화적 고찰이 주제다.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세계의 경찰이 된 미국의 부상,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결 등 세계사의 격류가 작은 콜라병을 자유의 상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콜라에 앞서 400년 전인 1511년 메카에서는 커피가 재판에 회부됐다. 당시 이슬람 세계에서는 커피는 선지자 모하메드가 금한 와인이나 다른 알코올의 대체재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일부 이슬람 지도자들이 커피의 중독성을 이유로 판매와 소비 금지를 주장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져 커피는 압수됐고, 길거리에서 불태워졌다. 하지만 이집트 카이로의 상급 기관은 이 결정을 뒤집었고, 커피는 대중 속으로 더욱 확산되기 시작했다.

책은 코카콜라와 커피를 포함해 맥주, 와인, 럼과 위스키 같은 증류주, 차를 세계사를 바꾼 6가지 음료로 꼽았다. 그들의 탄생부터 사회의 지배적 음료로 자리 잡기까지의 성장과 투쟁, 음료 패권을 둘러싼 세계사적 관점의 접근이 흥미롭다.

‘음료의 거인’이 탄생한 배경은 물의 오염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도시로 상징되는 문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식수원은 잘 오염됐고, 사람들은 물을 매개로 한 질병에 시달렸다.

지금까지 6가지 음료가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유력한 후보는 물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원점으로의 회귀다. “6가지 음료를 입술에 댈 때 그것들이 공간과 시간을 넘어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를 생각해보라. 그것은 단순한 알코올이나 카페인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 음료의 소용돌이치는 심연 속에 길고 긴 역사가 침전돼 있다.”

김갑식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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