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진 “진보, 기득권 집단 변모…더 이상 시민사회 대변 안해”

박선희 기자 입력 2020-05-27 17:03수정 2020-05-2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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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인 한상진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중민재단) 이사장 겸 서울대 명예교수(75)는 27일 “진보는 더 이상 시민사회를 대변하는 과거의 진보가 아니라 국가권력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집단 또는 기성체제로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며 “독선적 자기 확신과 선악의 이분법에 빠져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테러에 가까운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민재단과 한국연구재단이 개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부 정책과 국민의식 조사로 드러난 한국사회의 새로운 변동 양상’ 결과 발표에서 ‘코로나19로 드러난 한국 진보·보수 정치지형의 탈바꿈’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이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56명을 대상으로 했다.

한 교수는 이날 발표를 마치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사 결과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진보의 기득권화가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방심했던 서구 국가에 비해 코로나 위기를 비교적 잘 넘기면서 ‘내가 옳다’는 진보의 자기 확신이 더 강해졌다”며 “김대중 노무현 어느 (진보) 정부 때에도 시민사회를 대변한다는 진보 고유의 정체성이 이렇게 약화되고 독선적이 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로 인한 우려스러운 징후가 상당수 나타나고 있다며 한 교수는 ‘정의기억연대 사태’를 예로 들었다. 그는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을 ‘친일파’ ‘친일세력’이라며 극단적으로 규정해 국민적 증오를 부르고 무력화시키려 한다”며 “상대를 공존의 대상, 대화의 상대로 생각하지 않고 적(敵)으로 보고 심지어 여권 내부의 문제제기조차 ‘진보 정체성’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해 공격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일종의 테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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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 보수는 시민 우선 중심적 성향을 나타냈다. 한 교수는 보수 정치권이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이 합리적 세력으로 굳건히 서면 대안이 되는데 준비 안 된 야당이란 비대칭성이 한국 정치의 위험스러운 ‘(진보 보수의)탈바꿈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반공 같은 과거 패러다임을 벗어나 시민사회의 잠재력을 끌어안는, 상식에 기반한 보수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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