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장편소설 ‘귤의 맛’ 펴낸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
영화 동아리서 만난 네 소녀의 자잘한 생채기와 감정에 공감
“새 학기 새 친구와의 설렘 미룬 아이들에게 작은 위로 됐으면”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가 이번에는 사춘기 소녀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청소년 소설로 돌아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82년생 김지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조남주 작가가 이번에는 싱그러운 청소년 소설로 돌아왔다. 버겁지만 함께 있어 외롭지 않았던 사춘기 시절의 풋풋한 서사를 다룬 ‘귤의 맛’(문학동네)을 들고서다.
소설은 중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만난 소란 다윤 해인 은지 네 명의 단짝 친구가 고등학교에 함께 입학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우정과 사랑,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며 사춘기의 감성이 폭발하는 시기. 늘 붙어 다니는 이 친구들은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귤밭이 지천으로 깔린 제주도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이들은 충동적인 한 가지 약속을 하고 타임캡슐을 묻는다. 작가는 이 약속을 중심으로 네 아이의 속사정을 번갈아 풀어간다. 단짝 친구와 어리둥절하게 멀어져버린 상처, 아픈 동생 때문에 힘든 마음을 내색하지 못하는 어려움, 가족 내에서의 갈등과 의사소통의 부재로 무너지는 마음, 또래집단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외로움.
의지하면서도 질투하고, 함께 있으면서도 외롭고 불안한 소녀들의 서사는 고유하면서도 보편적이다. 누구나 그 시절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자잘한 생채기들과 불안정한 감정들이 빚어져 공감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그 시절 특유의 감성을 작가는 노련하게 되살린다.
방송작가 출신으로 대면 인터뷰, 자료조사 등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디테일을 구현해내는 작가의 장기는 이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실제 10대들의 생활 말투 문화 등이 소설에 녹아들었다. 요즘 청소년들이 무엇을 할까 궁금했던 작가는 실제 청소년들을 만나보고 청소년 서적,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면서 취재했다고 한다.
조 씨는 ‘작가의 말’에서 “이 시기의 인물들을 쓸 수 있어서 좋았다. 쓰는 내내 저를 생각하고 제 아이를 생각하고 저와 다른 세대를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추면서 새 학기, 새 교실과 새 친구를 만나는 설렘과 기대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아이들에게 이 책이 인사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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