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죽여주는 촌철살인의 명문장과 유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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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 저 ‘죽음이 배꼽을 잡다’

송길원 목사
송길원 목사
‘좋은 소식: 살다가 처음으로 남편이 꽃을 가져왔네, 나쁜 소식: 그런데 하얀 국화꽃만 있네, 환장할 소식: 장례식장 갔다가 아까워서 가져온 거라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책 ‘죽음이 배꼽을 잡다’에 소개된 유머다. 저자는 개신교 목회자로 우리 사회의 행복전도사, 임종치유사로 활동해온 송길원 (사)하이패밀리 대표(사진)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명문장과 유머를 모았다. 글 사이에 여러 삽화와 그래픽을 실어 잠깐의 웃음 속에 사색이 가능하도록 배치했다.

‘태초에 웃음이 있었다’로 시작하는 책의 도입부에서 저자의 의도는 분명히 드러난다. 그는 “첫 사람, 아담과 하와는 배꼽이 있었던 것일까?”라고 묻다 “신의 한 수(手)는 절묘했다. 하나님의 삑사리였다”라고 답한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과 그의 친구가 나눈 대화다. “자네 미쳤나? 비싼 돈 들여 새로 단장한 아까운 무덤을 예수한테 내주다니….” “걱정 말게, 친구. 주말에 딱 사흘간만 잠시 쓰겠다 했네.”

교회 중심의 일반 목회보다는 가정사역 단체를 통해 활동해온 송 목사의 키워드는 죽음과 치유, 가정이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진도 팽목항에 유족을 위로하는 ‘하늘나라 우체통’과 부활절 트리를 세웠다. 그가 운영하는 가정사역센터 ‘W-스토리’(경기 양평군 서종면)에는 수목장림이 조성돼 있고, 백혈병으로 숨진 어린이들을 위한 묘원도 있다.

그는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에 대해 ‘와, 죽여준다!’ ‘죽이네!’라고 감탄한다”며 “웃음 말고 죽음을 죽여주는 것이 또 어디 있겠냐고?”라고 반문한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송길원#촌철살인#죽음이 배꼽을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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