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80대 시인의 고백 “난 외계인과 같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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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것보다 늙는 게 걱정인/도널드 홀 지음·조현욱 최희봉 옮김/240쪽·1만5000원·동아시아

미국의 계관시인이 여든 이후에 쓴 에세이다.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저자는 팔걸이의자에 앉아 글을 썼다. 창밖으로 보이는 동고비, 콩새, 황금방울새의 움직임을 사랑스레 관찰한다. 그는 노년의 자신을 ‘피부가 녹색이고 머리는 두 개인 데다 안테나가 달려 있는’ 외계인으로 묘사한다. 젊은이들이 노인을 외계인과 같은 별종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래도 시인은 시인이다. 처음 시를 쓴 10대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경이로운 기억력으로 간결한 문장에 실어낸다.

결혼과 이혼, 여자친구들, 수염 기르기, 담배 피우기, 돈벌이로서 시낭송, 죽은 시인들 따위에 대해 저자는 끊임없이 글로 떠벌린다. 재치 있는 묘사와 비유, 블랙유머가 압권이다. 단문의 위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이 ‘늙은이’는 팔걸이의자에 조용히 앉아 펜 끝으로 기관총을 갈기고 수류탄을 던져 댄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죽는 것보다 늙는 게 걱정인#도널드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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