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문호 옌롄커 “사람 죽어가는데 歌功頌德 노랫소리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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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정부 코로나19 대응 관련 ‘대산문화’ 기고

중국 유명 작가인 옌롄커(62·사진)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대응과 정보 통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위화, 모옌과 함께 현재 중국 3대 문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옌롄커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고 있다.

옌롄커는 2일 발간한 계간 대산문화에 실린 ‘국가적 기억 상실을 거부한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 확산에 부쳐’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우한, 중국 전역에서 사람이 죽고 가정이 파괴되어 곡소리가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통계 숫자의 호전으로 인해 경축을 준비하는 북소리와 가공송덕(歌功頌德·공적을 노래하고 덕을 칭송함)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많은 국민들이 숨지고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중국 공산당은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호도하며 언론과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는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병원에서 죽은 사람과 병원 밖에서 죽은 사람이 몇 명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심지어 조사나 질의조차 시작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의 기억이 규제되고 말살되는 것을 경계하며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래야 사스, 문화대혁명으로 인한 비극이 지금처럼 재연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한의 팡팡 작가가 자신의 기억을 문자로 써내지 않았다면 무엇을 들을 수 있었을까?”라고 질문했다. 팡팡 작가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우한일기’라는 제목으로 우한 상황을 매일 위챗에 올렸다. 중국 당국은 유언비어 날조라며 팡팡 작가의 모든 글과 계정을 삭제했다.

옌롄커는 “(코로나19의 위험을 알린 의사) 리원량처럼 먼저 호각을 불 수 없다면 호각 소리를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큰소리로 말할 수 없으면 귓속말을 하면 되고, 귓속말을 할 수 없으면 기억을 가진 침묵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기억이 없는 사람은 흙과 마찬가지여서 구두로 밟아 어떤 모양이든 만들어낸다. 기억이 없는 사람은 합판이어서 어떤 형태의 물건이 될지는 톱과 도끼가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개인의 기억과 한마디 바른말은 역사를 전설과 상상이 아닌 진실로 기록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없이 망각하는 것은 더 무서운 야만”이라며 “기억의 낙인을 갖는 사람이 돼 언젠가 개인의 기억을 생성해 후대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옌롄커는 이 글을 이탈리아 프랑스 싱가포르 일본 신문사에도 기고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옌롄커#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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