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입장 발표에 당황한 한진그룹…‘한진가 불화설’ 수면 위로

  • 동아경제
  • 입력 2019년 12월 23일 12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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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경영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법률대리인을 통해 공식입장 자료를 내고 조 회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선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뜻과 다르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이어지던 경영승계 관련 한진가(家) 가족간 불화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측도 크게 당황한 모습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23일 조현아 전 부사장 입장문에 대해 “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이날 조 전 부사장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은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해왔고 이와 관련해 가족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상속인 중 1인이자 한진그룹 주주로서 그룹을 발전시켜야 하는 의지와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만 동생인 조원태 회장의 경영 상황과 관련해 불가피하게 이번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고 입장문을 통해 설명했다.

특히 조 전 부사장 측은 그룹 공동 경영과 관련해 조 회장의 무성의한 태도로 인해 한진그룹경영이 선대 회장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원은 입장문에서 “상속인들간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 경영 복귀 등에 대한 어떠한 합의도 없었지만 대외적으로 조 전 부사장과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며 “조 전 부사장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환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고 했다.

이어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주주 및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 유훈에 따라 그룹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조 전 부사장의 입장발표가 조 회장 경영체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5.31%, 조원태 회장 6.52%, 조현아 전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6.47%다. 조 회장이 3남매 중 근소하게나마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명희 고문이 조 전 부사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 전 부사장 입장문이 내년 초 열릴 주주총회를 앞두고 나온 점을 주목할 만하다. 내년 한진칼 주총에서는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한진가 3남매와 이 고문 등 한진칼 특수관계인 지분은 28.84%, 우호 지분인 델타항공 지분이 10%로 연임에는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과 이 고문이 적극적으로 반대에 나설 경우 조 회장 연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이 부결될 경우 조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잃는다. 조 전 부사장이 주총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입장을 발표한 것은 조 회장을 적극적으로 견제하려는 전략적인 판단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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