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2세에 프로바둑 입단…바둑 유망주 유창주 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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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26일 0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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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2세의 나이에 프로바둑기사로 입단한 바둑 유망주가 대전에서 탄생했다. 당당하게 프로자격을 거머쥐고 한국기원 영재반에 들어선 현역 최연소 프로 유창주군(15)이 그 주인공이다.

유군은 7살 때 바둑에 눈떴다. 한 살 많은 형이 학교에서 배운 바둑을 집에서 두는 것을 보고 재밌겠다 싶어 돌을 잡은 것이 운명을 바꿨다. 유군은 이때부터 자연스레 바둑에 빠져들었다.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해 형과 바둑을 두며 다투는 일도 많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는 자연스럽게 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바둑을 선택했고 장래희망으로 국제기전 그랜드슬램을 적어 낼 정도로 마음만은 이미 프로였다.

“바둑이 제일 재밌어서 그냥 자연스럽게 최고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찍이 바둑 프로를 마음에 품었던 유군은 처음 출전한 초등 바둑대회에서 전패의 쓴맛을 봤다. 자신의 실력이 원망스러워진 유군은 아버지에게 바둑 학원을 보내달라고 졸랐다. 이후 초등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동네 기원을 다니게 됐다.

“스스로도 승부욕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당시에는 너무 분해서 기력을 더 키우고 싶었고 그렇게 기원에 다니게 됐어요. 거기서 주로 할아버지들이랑 바둑을 뒀어요”

기원을 다니며 바둑에 더욱 몰두하던 유군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 기원 원장의 소개로 대전에서 프로도장을 운영하는 옥득진 8단에게 본격적으로 수련을 받게 됐다. 프로를 향한 확고한 목표가 있었던 유군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옥득진 8단은 “창주가 처음 왔을 때 전국적으로 창주보다 잘하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창주는 뛰어난 재능과 빠른 습득력을 갖고 있었다”며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아마 몇 년 내에 한국을 대표하는 바둑기사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고 아끼던 제자를 떠올렸다.

옥 8단 밑에서 수련하며 유군은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대전시장배, 교육감배 등 지역대회에서 입상을 놓친 적이 없었고 연속 우승을 이뤄내기도 했다. 전국대회 초등최강부에서도 우승을 이어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전국대회를 휩쓸며 초등학교 5학년 무렵에는 또래에 적수가 없었다. 유군의 수상경력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렇게 실력을 갈고닦아 지난해 제8회 지역영재입단대회에서 33명과 겨뤄 단 1장뿐인 프로행 티켓을 당연하다는 듯이 손에 쥐었다. 만 12세 5개월. 국내 바둑 역사에서 8번째로 빠른 최연소 프로 바둑기사로 탄생한 순간이다.

한국기원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밤 8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훈련이 이어진다. 프로 선배들과의 대국 또한 쉽지 않았다. 많이 차이나지 않는 또래 선배들과는 대등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전체 승률이 40%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유군은 훈련이 끝나고도 매일 기원에 남아 연습을 이어간다. 심지어 쉬는 시간에도 인터넷 바둑을 둘 만큼 유군에게는 오직 바둑 하나뿐이다.

바둑 프로가 아니었다면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 다녔을 유군은 현재 중학교 유급 상태다. 학업과 바둑을 함께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그러나 평범한 일상을 동경하기에는 바둑에 대한 애정이 너무나 크다. 유군은 나중에 검정고시를 치를 생각이다.

“바둑 말고 다른 것들은 딱히 생각이 들지도 않아요. 해본 적도 없고 바둑이 제일 재밌으니까. 그래서 학교 다니는 또래 친구들이 부럽지는 않아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으니까요”

유군은 현 국내 랭킹 2위인 박정환 9단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박 9단이 현 국내 1위인 신진서 9단과 국내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세계 2위로서 국제기전에서 3회 우승하는 등 국내외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유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기원 영재반이 올해로 없어지기에 다가오는 수련반 입단시험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유군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가장 존경한다는 박 9단을 넘어 세계 1위를 목표로 하는 강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수련반 입단에 탈락하면 영재반에 남아있어야 하지만 영재반은 올해가 마지막이라 꼭 붙어야 해요. 지금은 실력이 많이 부족하지만 또래 중에서는 제가 최고라는 자신이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반드시 세계 1위가 될 겁니다”

한국기원이 서울에 있던 탓에 아직 어린 유군과 함께 어머니가 따라나섰다. 유군의 부모는 바둑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아들의 열정을 최대한 뒷받침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버지 유영수씨는 “프로이긴 하지만 아직 어려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창주를 지도했던 스승님들도 ”뭐가 돼도 될 놈“이라고 칭찬해주고 기원 선배들의 사랑도 많이 받고 있다고 하니 마음이 조금 놓인다”며 “창주가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아이가 원하는 바이고 본인이 너무 만족하고 있으니 전력을 다해 응원해주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대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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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바둑 현역 최연소 프로 유창주 초단(15) © 뉴스1

국내 프로바둑 현역 최연소 프로 유창주 초단(15) © 뉴스1

유창주 초단이 프로 입단 전 수상했던 트로피와 수상패들. 유 초단의 수상경력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 뉴스1

유창주 초단이 프로 입단 전 수상했던 트로피와 수상패들. 유 초단의 수상경력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 뉴스1

유창주 초단이 지난해 지역영재입단대회에서 단 한 장뿐인 프로 티켓을 거머쥐고 입단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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