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조기 검진한다고 암 사망률 낮아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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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배신/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조영 옮김/292쪽·1만6000원·부키

억만금과 바꿔서라도 젊음과 영생을 갈망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웰빙’ 열풍이 헬스케어 산업에 휘둘린 결과가 아닌지 의심하는 책이다.

미국의 사회비평가인 저자는 먼저 각종 의료 검진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일례로 유방 조영 검사로 유방암 발병률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증거도, 전립샘암 검진이 사망률을 낮췄다는 증거도 없다는 것이다. 고해상도 촬영 기술의 발전과 산업적 이해관계, 소비자들의 ‘건강 염려증’ 등이 얽혀 불필요한 검사가 횡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매년 미국의 건강검진 비용은 2015년 약 100억 달러(약 11조7000억 원)로 추산된다고 한다.

나이를 거꾸로 먹게 해준다는 뷰티 상품 역시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멋진 근육과 날씬한 몸매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피트니스 산업도 비판 대상이다. 미국에서 이 산업은 ‘가난한 사람은 몸을 돌보지 않는다’는 계급적 편견과 더불어 확산했다. 그러나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개인의 식습관보다는 가난 자체가 수명을 줄이는 주범일 가능성이 있다. 금세기 들어 미국에서 빈부격차가 빠르게 커지면서 백인 가운데서도 빈곤층은 사망률이 급속히 높아졌다고 한다.

저자는 현대 의학이 이룩한 성과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생명 현상인 노화와 죽음을 ‘악’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건강의 배신#바버라 에런라이크#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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