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만지고 느끼고… 팝업스토어, 열었다 하면 ‘대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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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팝 가수 에드 시런의 일일 팝업스토어는 12일 서울 용산구에서 오픈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영국 팝 가수 에드 시런의 일일 팝업스토어는 12일 서울 용산구에서 오픈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2일 오전 10시 반 서울 용산구 음반 매장 ‘바이닐앤플라스틱’ 앞. 평일 이른 시간임에도 60여 명이 긴 줄을 이뤘다. 정오에 오픈하는 영국 인기 팝가수 에드 시런의 새 앨범 발매 기념 팝업스토어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한정 판매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문 열기 1시간 반 전부터 대기하고 있었다.

주로 패션 브랜드나 제품 홍보를 위해 임시로 공간을 빌려 열던 반짝 가게, 팝업스토어가 음악계에도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다. ‘에드 시런 팝업스토어’는 이날 신작 ‘No.6 Collaborations Project’ 발매일에 맞춰 세계 23개국 31개 도시에서 워너뮤직그룹이 개최한 행사다. 한국에서는 ‘바이닐앤플라스틱’에서 12일 정오부터 9시간 동안 운영했다. 매장에선 LP레코드와 티셔츠를 판매하고, 시런이 방한했을 때 친필 서명을 한 우쿨렐레와 권투 글러브를 모아 전시했다. 한정판 물품을 구입하면 사인한 CD를 주는 이벤트도 했다. 곳곳에 시런의 포스터와 앨범 수록곡 목록이 붙었고 한쪽 벽에서는 종일 그의 신곡 뮤직비디오를 상영했다.

이날 매장에는 에드 시런 투명 포토카드를 무료로 비치했다. 즉석사진만 한 카드에 ‘Ed Sheeran feat.’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고 나머지 공간은 투명하게 돼있어 원하는 얼굴이나 배경을 놓고 사진을 찍도록 유도한 물품이다. 남가영 워너뮤직코리아 과장은 “팝업스토어는 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해 화제를 낳고 고객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샷을 통해 온라인으로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경기 양평군에서 2시간 걸려 왔다는 학생 이유진 씨(19)는 “에드 시런 티셔츠를 다섯 장 샀다. 여기서만 살 수 있는 것들이 있어 왔다. 존 메이어 등 팝가수들을 좋아하는데 팝업스토어가 열리면 또 올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패션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팝업스토어가 대중문화계에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팝업스토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패션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팝업스토어가 대중문화계에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팝업스토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도 올해 4∼6월 미국, 영국, 프랑스 순회공연을 열며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뉴저지, 런던, 파리 중심가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로스앤젤레스 매장에는 일주일간 무려 1만3000여 명이 다녀갔다.

이달 22일 신작을 내는 인기 래퍼 이센스는 6일 서울 마포구 의류 매장 ‘하이츠스토어’에 팝업스토어를 냈다. 역시 긴 대기 줄과 함께 1시간 만에 모든 상품이 품절됐다. 이날 고객은 새 앨범 한정판을 일반 판매보다 이틀 앞서 살 수 있었다. 카세트테이프와 각종 관련 상품도 팔았다. 가수 박재범도 4일 서울 강남구 ‘에잇디 서울카페’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팬들에게는 신곡을 미리 들어보고 일본 그래픽 아티스트와 협업한 앨범 커버와 각종 상품을 사거나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팝업스토어 열풍은 손에 잡히고 육안으로 확인하는 음악에 대한 갈망을 보여준다. 음악 감상 형태가 음반 구입에서 디지털 스트리밍 형태로 바뀌면서 되레 도드라지는 현상이다. ‘바이닐앤플라스틱’을 운영하는 현대카드 관계자는 “LP레코드와 음악 장비에 대한 체험에 초점을 맞춘 매장인 만큼 에드 시런을 계기로 다양한 음악가들의 팝업스토어를 열기 위해 준비 중이다”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의 ‘기묘한 이야기’ 팝업스토어. 넷플릭스코리아 제공
서울 마포구의 ‘기묘한 이야기’ 팝업스토어. 넷플릭스코리아 제공
팝업스토어 붐은 문화 콘텐츠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넷플릭스코리아는 마포구의 주택형 공간을 임차해 지난달 말부터 이달 7일까지 드라마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팝업존을 열었다. 드라마 속 가상 마을인 ‘호킨스’를 콘셉트로 안팎을 꾸몄고 방 탈출 등 관련 게임도 설치했다. SNS 인증샷들이 공유되며 일주일 만에 방문자가 1만 명을 돌파했다.

영화 ‘토이스토리 4’도 팝업존을 운영했다. 넷플릭스코리아 관계자는 “넷플릭스 드라마는 무형의 스트리밍형 콘텐츠이므로 드라마를 직접 만져보고 체험하려는 팬들이 오프라인 공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임시 매장’이라는 팝업스토어의 의미는 오프라인 음반 산업의 변화를 방증하기도 한다. 마포구의 한 음반점 관계자는 “전시장이나 쇼핑몰에서 팝업스토어 입주 제안을 종종 받는다”며 “매출 가능성이 낮은 상설 음반매장 입점은 꺼리는 대신 ‘뉴트로’ 열풍에 편승해 LP레코드 전시로 젊은 층의 눈길만 끌려는 것 같아 씁쓸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바이닐앤플라스틱#팝업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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